[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박근혜정부에서 20대 총선 등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 측이 "경찰청 정보국에서는 역대 모든 정부에서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통령 통치행위를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 지시나 요구에 따라 정책보고를 해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강 전 청장 측 변호인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범행의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전 청장은 정보경찰조직을 이용해 20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친박근혜)을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하는 등 공무원 선거 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진보교육감 등 대통령·여당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인물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하면서 견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배되는 위법 정보 수집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변호인은 "경찰관 직무 및 소속 직제 규정에 '치안정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정치 등 정책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수집기능을 기재하고 있어 업무 법령 범위가 불명확하다"면서 "이 사건 정책 정보 수집 작성도 경찰청 정보국의 업무범위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보국 실무자들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정보국 직무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정책자료 등을 작성하지 청장의 지시나 보고에 의해 하는 게 아니다"라며 "보고받은 사실도 없고 일부 사후 비대면 보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해온 측면에서 관행적인 것들을 문제 삼아 처벌하는 게 타당하냐"고 호소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강 전 청장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전·현직 정보경찰 4명은 출석했다. 강 전 청장과 함께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푸른 수의를 입고 자리했다.
이 전 청장 측 역시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과연 죄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강 전 청장 측 입장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현 전 수석 측은 "검경수사권 갈등에서 시작한 기획 수사"라면서 "경찰과 청와대 연결이라는 큰 그림에 맞춰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으로 몰고가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강 전 청장은 2012년 5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이 전 청장은 2013년 4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재직하며 정치개입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강 전 청장은 2013년 박 정부 첫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이듬해부터 2년간 경찰 수장을 지냈고, 뒤이어 경찰청 차장으로 있던 이 전 청장이 취임했다.
검찰은 지난 달 강 전 청장 등과 함께 경찰청 정보국 선거·정치 개입 활동을 주도적으로 기획·실행했다고 지목된 김상운 전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정창배 전 치안감, 박화진 현 경찰청 외사국장 및 이재성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총 8명을 재판에 넘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8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차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강신명 당시 신임 경찰청장에게 계급장을 달아주는 모습. 강 전 청장은 2013년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거쳐 제19대 경찰청장을 지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