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직장인 서모(39)씨는 유선 통신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초고속인터넷·인터넷(IP)TV·홈IoT(사물인터넷)를 합한 월 요금이 5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그간 휴대폰 요금 절약에만 관심을 쏟다가 유선통신 요금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휴대폰 때문에 집에서 인터넷과 TV를 사용하는 시간이 줄었는데 요금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채 습관적으로 돈을 냈다"며 "유선통신 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봐야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유선통신 요금이 무선통신 못지않게 오르고 있다. 초고속인터넷과 IPTV도 속도와 기능이 진화를 거듭하며 요금도 자연히 올라갔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주로 기가인터넷과 IPTV를 묶어 결합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1기가인터넷과 IPTV에 함께 가입하면 월 요금은 4만원을 넘어간다. 약정기간은 대부분 3년이다. 1,2년 약정도 있지만 통신사들은 약정기간이 길수록 할인 혜택을 더 제공하며 3년 약정을 유도한다. 통신사들이 한창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10기가인터넷을 선택하면 IPTV와 결합할 경우 요금은 8~9만원대로 훌쩍 뛴다. 통신사들은 접속 PC를 최대 5대까지 제공하거나 자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일정 기간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혜택도 제공하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홈IoT까지 더하면 요금은 더 올라가기 마련이다. 통신사들은 스마트 멀티탭·조명 조절 장치·CCTV 등 IoT 기기를 초고속인터넷·IPTV 가입자에게 권유하며 가입을 유도한다. 홈IoT 역시 약정기간이 책정돼 중간에 필요가 없어져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이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홈IoT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지만 돈을 내며 약정기간을 채우는 경우도 있다. 한 유통망 관계자는 31일 "초고속인터넷과 IPTV의 가격이 점점 올라 결합할인 혜택을 받아도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고객들이 많다"며 "통신사들이 일시적인 보조금을 살포하기보다 전반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고객들이 부담을 덜 느껴 홈IoT 등 새로운 서비스도 경험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주로 약정 가입 고객에게 주로 수십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하며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유선 통신 상품은 상대적으로 이동통신 요금보다 단속의 손길이 느슨한 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결합상품 경품의 상한선을 전체 평균의 상하 15%로 규정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전반적인 요금은 내리지 않은 채 일시적 보조금을 활용해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