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의사를 밝힌 뒤 사직을 권고받자 인터넷에 글을 올려 이를 폭로한 직원을 해고한 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모 요양원 A 대표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간호사 B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본 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간호사 B씨는 입사한 지 7개월 정도 되던 지난해 2월 초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신청 의사를 밝혔다가 A 대표로부터 “그만두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B씨는 재차 휴직 사용 의사를 밝혀도 변화가 없자 그날 저녁 인터넷 카페에 관련 글을 올렸다. 일주일 뒤 이 사실을 알게 된 A 대표는 “지역에 시설이 하나뿐이라 다 알 수 있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B씨는 이 말을 듣고 게시글을 바로 삭제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B씨는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그러자 A 대표는 B씨를 복직시켰고 이에 B씨가 신청을 취하했다. 그러나 A 대표는 복직 한 달여 만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즉시 해고를 의결했고, 이에 B씨는 다시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해고사유가 존재하고 징계절차도 적법하나 그 양정이 과하여 부당하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A 대표가 소송을 냈다.
A대표는 B씨의 인터넷 게시글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이기적인 인간들’, ‘알랑방귀 뀌며 아쉬운 소리 하더니’ 등의 표현을 사용했으나, 전체적인 내용과 글의 전개과정, 맥락 등에 비춰볼 때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에 관한 정보와 퇴사 강요 시 대처방안 등을 강구하기 위해 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약 일주일 후 스스로 글을 삭제해 검색이 되지 않고, 댓글 내용을 보면 요양원에 대한 언급보다는 실업금여나 고용노동부 상담 등을 조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글 게시 전후로 요양원 입소 인원에 변동이 발생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게 된 동기나 내용 등에 비춰보면,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는 A대표가 게시글로 입은 피해가 막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인터넷 글 게시로 인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본 중노위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A 대표는 지노위 심판을 기다리던 중 B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죄로 고소했지만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났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