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음성통화와 문자의 발신번호를 변작해 피해를 유발하는 사기가 정부의 단속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발신번호를 불법으로 조작해주는 별정 통신사들이 있지만 정부의 인력이 부족해 단속에 한계가 있고 검거된다고 해도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발신번호 변작이란 보이스피싱·스미싱과 같은 전자금융사기나 불법 광고성 정보 전송 등을 목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낼 때 타인의 전화번호나 없는 전화번호로 발신 전화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발신번호 변작은 크게 음성전화와 인터넷 문자 발송으로 나뉜다. 음성전화의 경우 가해자들은 별정통신사 여러곳에 전화회선(070)을 개통하고 기간통신사에서 대표번호(1588 등)도 개통한다. 이후 별정통신사에 개통된 대표번호(1588)의 발신번호 변경을 신청한다. 변경된 1588 번호로 마치 기관이나 기업의 전화번호인 것처럼 속여 소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자료/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는 8일 "일부 별정통신사들이 대표번호의 착신번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명의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발신번호 변경 표시를 했다"고 지적했다. 정당한 발신번호 변경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에 필요한 경우 △국제전화(001, 002 등)에 식별변호를 붙이는 경우 △기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승인하는 경우 등을 제외한 발신번호 변작은 불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발신번호를 변작하거나 변작 서비스를 제공한 사업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있다. 발신번호 변작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위반해도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이 부과된다.
하지만 낮은 처벌 수위와 조사 인력의 한계 탓에 발신번호 변작이 이어지고 있다. 김종표 KISA 개인정보보호본부 스팸정책팀장은 "처벌 수위가 생각보다 높지 않고 발신번호 변작을 처음에 막아야 하는 통신사들의 책임과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며 "통신사 차원의 예방 방법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과기정통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KISA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해 전기통신사업자 중 전화 및 문자 사업자를 대상으로 변작 예방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고 있는지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화·문자 관련 사업자가 200개에 달하고 인력은 부족해 모든 사업자를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KISA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 수칙으로 △발신번호 변작 의심될 경우 118로 신고하기 △발신번호 변작 전화 차단 서비스 가입하기 △공공·금융기관 관련 전화 수신시 우선 끊기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의 인터넷주소는 클릭하지 않고 삭제하기 △인터넷 서비스에서 주기적으로 비밀번호 변경하기 등을 제시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