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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녹색금융' 하는데…'석탄금융'에 목매는 한국
"2025~2028년이면 기존 석탄화력 가동보다 신규 태양광이 더 경제적"
입력 : 2019-11-28 오전 6:12:15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유럽투자은행(EIB)이 오는 2022년부터 화석연료 사업 투자를 중단키로 결정하면서 국내 국책은행과 에너지 기업이 진행 중인 석탄화력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녹색금융’ 전환 배경이 환경 외에도 재무적 판단에 기인하는 만큼 ‘석탄금융’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지난 15일 일제히 EIB의 화석연료사업 투자 중단 결정 소식을 보도했다. 앞으로 에너지 사업에서 EIB의 자금지원을 받으려면 1킬로와트아워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0그램 미만이란 점을 증명해야 한다. 같은 단위 당 800~900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 화력에 대한 퇴출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유럽투자은행(EIB)이 오는 2022년부터 화석연료 사업 투자를 중단키로 결정하면서 국내 국책은행과 에너지 기업이 진행 중인 석탄화력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사진은 유럽 지역 내 석탄화력 발전 현황. 사진/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온라인 보도 갈무리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탄소 배출을 비용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데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저렴해지면서 재평가가 시작된 석탄화력 수익성은 이번 EU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3일 ‘카본트래커’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유럽 석탄 플랜트가 66억유로(한화 8조5500억여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석탄 화력이 저렴한 재생에너지, 천연가스와 경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본트래커는 금융 전문가로 구성, 기후 리스크를 자본시장에서 고려하자는 이니셔티브를 수행하는 단체다. 보고서 작성자인 ‘맷 그레이’ 전력·유틸리티 팀장은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에서 유럽의 탄소·전력을 연구한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국내에서도 국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국내외에서 대규모로 진행한 석탄화력 투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SFOC)은 지난해 1월과 올 초 두 차례 석탄금융 관련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국민연금공단·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우정사업본부·공무원연금공단·한국교직원공제회 등 7개 기관이 200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한전 발전자회사와 한화·GS·현대·포스코·OCI 등 계열 민간에너지기업 등에 제공한 석탄발전금융은 약 12조966억원에 달했다.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와 산업은행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한 금액도 약 11조2842억원이나 됐다. 주로 현대·대우·포스코·SK건설과 대림산업·두산중공업 등의 설계·조달·시공(EPC) 참여 사업이었다. 내년 개시를 목표로 건설 중인 곳도 여럿이다.
 
표 제작/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표 제작/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보고서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다수의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 베트남은 2027년께, 인도네시아는 2028년께부터 기존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신규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더 저렴해질 전망이며,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많은 석탄발전소들은 저탄소 에너지원의 비용절감 효과로 인해 조기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현재 지원하고 있는 석탄발전소가 안정적인 이자 수익과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카본트래커 역시 올해 3월 한국 전력시장의 재무적 위험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2027이면 한국에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기보다 새로운 태양광을 건립하는 것이 더 저렴해지는 것으로 분석됐고 현재 기업들의 성능개선 계획에 따라 이 시기는 2025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이어 “한국은 파리협정 목표에 따라 2040년까지 자국 모든 석탄화력 발전을 중단할 경우와 현행을 유지하는 경우 간 현금흐름 차이를 의미하는 ‘좌초자산 위험’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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