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철강업계가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앞두고 가파른 영업이익 감소를 예고하고 있다. 신년에도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 전망이 나오면서 한껏 움츠러든 모양새다. 주요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신년 목표를 ‘핵심사업 지키기’에 집중하며 보수적인 관망을 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철강기업들은 지난해 10~12월 경영실적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기존 1조원대에 못 미치는 8000억대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현대제철은 적자 전환 전망까지 제기된다. IBK투자증권은 포스코의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분기에 비해 24.3%, 전년 같은 분기 대비 38.1% 감소한 7870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고, 하나금융투자는 7520억원으로 더 낮게 전망했다. 현대제철의 4분기 영업손익에 대해 삼성증권은 10억원의 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고, 유안타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76% 줄어든 613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올해도 철강시장은 안팎으로 모두 부진해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초 발표한 ‘2020년 수출입 전망’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글로벌 철강 수출 규제가 지속되고 전반적인 과잉 생산으로 인해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철강협회는 ‘2020년 국내 철강재 수급 전망’을 통해 올해 철강 수출이 전년보다 0.9% 감소한 2950만톤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수도 어둡다. 협회는 올해 국내 철강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3.7% 줄어든 5240만톤이 될 것으로 봤고,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포스코경영연구원도 5230만톤(전년 대비 1.1%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최근 탄소배출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다 각사 모두 안전사고까지 끊이지 않아 잔뜩 움츠러든 모양새다. 탄소배출권거래는 개별업체가 부여받은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적게 배출한 다른 기업의 배출권을 구입해 과부족을 메우는 제도로, 지난해 말 배출권 가격이 톤당 4만원을 넘어서며 1년 새 74%나 올랐다. 현장의 안전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컨베이어벨트 협착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인 24일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사고로 인한 화재가 났다.
이에 기업 대표들도 신년사에서 방어적인 자세로 시장 보호 의지를 다졌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미·중 갈등과 ‘피크 쇼크(수요 위축으로 산업 성장세가 꺾이는 성장한계)’ 도래, 내수와 수출 동반 위축과 사회적 이슈 등 국내외 경제상황은 작년에 이어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안전·친환경 일터, 핵심사업 집중·진화, 내수시장 리더십 강화, 고객·협력사와 신뢰 구축 등을 주문했다.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도 “외형적 규모와 양적 성장에 치중한 기존의 경향에서 벗어나 올해는 본원적 경쟁력에 방점을 두고 질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며 “핵심사업과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가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감소를 예고하는 가운데 올해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할 전망이다. 사진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과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