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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국회의원 청탁자는 또 면죄부
정치인 등 유력인사, 지인자녀 청탁 혐의
입력 : 2020-01-31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태로 인해 은행 경영진이 실형을 받았지만, 채용비리 몸통으로 꼽히는 청탁한 사람은 또 면죄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은행 직원 채용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지인 자녀의 취업을 청탁하고, 은행은 채용 전형의 자격요건이나 평가점수를 조작했지만, 청탁을 받아 실행한 은행 사람만 처벌을 받은 것이다.
 
30일 신한은행 채용비리 판결문에 따르면 신한은행 채용 청탁 의혹이 제기된 정치권 인사는 김재경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다.
 
김재경 의원은 지난 2013년 하반기 신한은행 채용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신문사 사주의 자녀 정모씨에 대한 채용을 청탁했다. 당시 정씨는 서류전형에서 연령 필터링(Filtering Cut) 컷에 해당해 탈락했지만, 청탁 받은 지원자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 부정합격했다.
 
신한은행은 평가란에 있는 '필터링 컷 해당(연령초과)'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88년생'으로 대체했다. 또 정씨는 1차 실무자 면접결과가 DD등급으로 탈락 대상임에도 평가자 몰래 등급을 BC로 임의 상향시켜 부정합격했다.
 
김영주 의원의 경우 신한은행 2014년 상반기 신입채용때 자신의 지역구 인사의 자녀 오모씨를 취업 청탁했다. 오씨는 1차 실무자 면접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 대상이었지만 별도의 재검토과정을 거쳐 부정합격했다.
 
김재경 의원과 김영주 의원은 당시 은행권 감독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다만 해당 의원들은 청탁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서 발생한 채용비리 사건에는 대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일부 신한은행 임직원들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정치인이 청탁 혐의가 드러났지만, 이중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거나 실형을 받은 사람은 전무하다. 부정 채용을 청탁한 사람에겐 업무방해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채용비리 사건에서 이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유력인사인 청탁자가 "특정 지원자를 뽑으라"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경우라면 직권 남용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청탁 정황이 드러나도 "인간적인 관계에서 해당 지원자의 지원 여부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잡아 떼는 경우가 다반사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채용 청탁을 했다면 직원남용범위를 적용해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처럼 청탁을 들어준 사람만 처벌하는 것은 '뿌리'를 그대로 둔 채 '가지'만 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용비리와 관련해선 청탁자 명단을 공개하거나 김영란법 등 청탁금지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도록 법 제도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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