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번 4·15 총선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이스아이 첨부 공보물이 대중화됐지만, 정작 시각장애인들이 활용하기 어려워 선거정보 접근을 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 등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은 총선 후보자들이 시각장애인에게 의무적으로 점자공보물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기존 공보물에 인쇄용 바코드(보이스아이)를 제공할 경우 점자공보물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사회 인식 개선과 수차례의 법 개정으로 점자공보물 제공은 의무화됐다. 제작비용도 전액 국고 지원하면서 이번 총선 서울지역 후보 229명 중 228명, 지난 총선 당시 205명 중 204명이 점자공보물 혹은 인쇄용 바코드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후보자들이 점자용 바코드 대신 인쇄용 바코드를 제공하는 비율이 많이 높아졌다. 지난 총선 당시 205명 중 18명으로 8.7%에 그쳤지만 이번 총선에선 229명 중 60명으로 26.2%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인쇄용 바코드를 사용하면 공보물과 거의 동일한 텍스트를 담을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이 아닌 유권자에게도 장애인을 배려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당사자인 시각장애인들은 오히려 인쇄용 바코드를 꺼리고 있다. 인쇄용 바코드는 범용 QR코드가 아닌 전용 보이스아이 앱이나 전용 단말기로 인식 가능하다. 시각장애인이 점자가 아닌 일반 인쇄물 한 쪽 구석에 새겨진 인쇄용 바코드를 찾아 스마트폰에서 전용 앱을 내려받아 초점까지 맞춰 실행시키기까지 멀기만 하다.
실제 시각장애인들은 앱 사용에 어려움을 보이며 10명 중 1~2명만이 사용 가능하다. 이연주 한시련 정책팀장은 “저부터 당장 읽으려고 해도 읽을 수 없다. 겉보기에만 좋을 뿐 실제 시각장애인 중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중간에서 장난쳤을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선호하는 것은 단연 점자공보물이다. 점자공보물의 경우 시각장애인 유권자 10명 중 7~8명 이상이 읽는데 문제 없다. 후천성 시각장애거나 점자를 아직 읽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가독성이 높다. 시각 이외에 복합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에도 인쇄용 바코드보다 점자가 접근성이 낫다는 설명이다.
점자공보물의 문제는 분량제한이다. 점자 특성상 점자공보물은 공보물에 비해 3배 이상의 인쇄분량을 필요로 한다. 공직선거법이 총선의 공보물 분량을 12매로 점자공보물도 동일하게 제한하면서 점자공보물에는 기초정보 외에 공약 등을 일부밖에 담을 수 없다. 또 점자출판시설이 아닌 일반 인쇄업체에서 점자 공보물까지 인쇄하면서 매 선거마다 점자공보물의 불량률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이연주 팀장은 “읽을 수 없는 보이스아이는 ‘그림의 떡’으로, 점자공보물의 매수 제한을 없애고 점자법상 등록된 점자출판시설에서만 인쇄하도록 해야한다”며 “이대로는 시각장애인들이 선거정보를 얻는데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현 선거법에 따라 점자공보물이나 인쇄용 바코드 제공은 선관위가 강제할 수 없다. 후보자들의 선택”이라며 “둘 다 제공하지 않을 경우에만 벌금을 부과하며, 보이스아이를 읽으려면 별도의 어플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제공된 공보물. 일부 공보물 상단에 인쇄용 바코드가 첨부돼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