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공공기관의 돈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본을 모아 청년들이 사는 주택을 마련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10일 사회투자지원재단 부설 터무늬제작소에 따르면 북서울신협과 함께 진행하는 터무늬있는 소셜예금은 시민들의 예치금액을 모아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지원하는 터무늬있는 집 보증금으로 사용한다.
17세 이상 개인 혹은 법인이면 터무늬있는 소셜예금에 100만원 이상을 3년 혹은 5년간 정기예금 형태로 이달부터 낼 수 있다. 예금금리는 무이자부터 1%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무이자를 선택할 경우 이자분만큼 기부금으로 처리 가능하다. 단, 예금전액이 질권설정돼 중도해지는 불가능하다. 원금·이자 합산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받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청년주택인 터무늬있는 집의 전세 보증금으로만 전액 사용한다. 다른 사업비나 인건비 등은 별도 사업과 프로젝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충당한다. 말 그대로 시민들의 돈을 모아 유례없는 주거난에 처한 청년들의 집 걱정을 덜어주는 셈이다.
소셜예금으로 전세 보증금을 대부분 충당하면서 터무늬있는 집에 사는 청년들은 전체 보증금의 연 4%만을 부담하면 된다. 전세 보증금이 1억원일 경우 1년에 400만원만 내면 된다. 연 4% 가운데 2%는 사회투자지원재단에 지불하고, 나머지 2%는 북서울신협의 적금으로 저축해 연 7%의 적지않은 이자까지 붙어 나중에 청년들의 독립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출자자들과 청년들이 함께 터무늬있는 집에 모인 옥상 집들이. 사진/터무늬제작소
소셜예금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모집하며, 이전까지는 시민사회에서 사회투자지원재단에 직접 출자했다. 그렇게 101명의 개인·법인이 모여 4억7100만원의 기금을 모았다. 덕분에 터무늬있는 집은 2018년 4월 1호를 시작으로 4호까지 40명의 청년들이 살고 있다. 1호 거주자 청년 4명은 지역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활동가들로 최근 재계약까지 마쳤다.
소셜예금으로 공개모집 전환하면서 출자금은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목표 출자금 5억원을 달성하면 누적 출자금 10억원 돌파도 가능하다. 올해 터무늬있는 SH 희망아지트 4호를 포함해 터무늬있는 집 10호, 입주청년 70명 달성을 목표로 한다. 중장기적으로 누적 출자금 40억원, 터무늬있는 집 20호를 달성하면 100명이 넘는 청년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터무늬있는 집은 다른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개인이 아닌 단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을 우선한다. 경제력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사회가치실천계획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참여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한다. 잠만 자는 집이 아니라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살 청년들을 모델로 한다.
입주한 청년들은 각 주택마다 커뮤니티를 이뤄 공동체활동을 한다. 터무늬있는 집 각 주택 간의 교류회와 운동회도 정기적으로 열리며 서로의 재능과 개성을 나눈다. 출자자에게도 뉴스레터와 연차보고서, 출자자 모임, 입주청년 만남 등으로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직접 입주청년들과 만나며 재능 기부, 상담 코칭, 창업 지원이 이뤄진다.
기존 출자자를 살펴보면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지만, 40~50대가 가장 많다.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부자나 부유층이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출자자도 무주택자라 자가가 아닌 전세집에서 사는 경우도 많다. 출자자들은 대부분 기성세대들이 조금씩이라도 힘을 모아 후배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에 보태겠다는 의지다.
한 출자자는 “부모로서, 기성세대로서 미안함이 출자를 이어지게 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겨우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공공임대주택에서 재계약 걱정없이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동 터무늬제작소장은 “시민자본으로 복지의 사각지대, 정책의 공백을 메우고 사회통합과 소셜믹스를 실현하는 시민주도 사회주택이 가능함을 보여주겠다”며 “사람들이 관계와 가치를 갖고 살아가며 집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바로 ‘터무늬’”라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터무늬있는 집 4호 오픈하우스 행사에 모인 출자자와 입주청년. 사진/터무늬제작소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