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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다우키움그룹 경영권 승계 본격화, 다우데이타 주가 급등
돈 한푼 안들이고 김익래 회장 지분 아들 회사로
입력 : 2020-05-25 오후 1: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다우데이타의 주가가 연일 불을 뿜으며 3월 저점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시가총액보다 많았다며 저평가에 주목하고 있지만,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다우데이타의 경영권을 아들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물려주는 그룹 승계 작업이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우데이타 주가는 3월19일 4500원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반등하다 5월7일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급등세를 타며 20일엔 1만4550원으로 마감했다. 이 기간 주가는 223%나 폭등, 3배 넘게 올랐다. 이후 이틀간 조정을 거친 뒤 이날 오전 11시28분 현재 650원(4.89%) 오른 1만3950원에 거래 중이다. 
 
다우데이타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사진: 미래에셋대우 HTS>
 
이번 주가 상승은 김익래 회장이 김동준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이머니에 다우데이타 주식지분을 넘긴 공시에서부터 출발했다. 
 
지난 3월23일 코로나19로 증시 전체가 급락한 틈을 타 김익래 회장은 본인 소유의 다우데이타 주식의 일부인 94만주, 25.16% 지분을 이머니에 시간외 거래로 넘겼다. 취득단가는 이날 다우데이타 종가인 5290원으로 거래금액은 약 50억원에 달했다. 이어 4월20일에도 130만주를 주당 7650원에 추가 매도했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 사이 4월14일 이머니는 보유하고 있던 키움이앤에스 주식 84만7038주를 다우기술에 매각해 96억원을 확보했는데, 이 돈은 20일 다우데이타 지분 매입에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사진: 다우키움그룹>
이머니는 이와 별개로 김익래 회장에게서 주식을 사들이기 직전인 3월23일과 24일에도 장내에서 다우데이타 주식을 각각 14만143주(주당 4561원), 2만5715주(주당 4892원)에 매수했다. 
 
이로써 이머니의 다우데이타 보유 지분은 지난해말 22.27%에서 28.55%로 증가했다. 반대로 김익래 회장의 지분은 40%에서 34.79%로 감소했다. 
 
김익래 회장은 한국증권금융, NH은행, 신한은행에 다우데이타 주식 701만주를 계열사차입담보와 주식담보대출로 내놓은 상태다. 김 회장이 보유한 다우데이타 주식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다우데이타 지분이 다우키움그룹에 중요한 이유는 김익래 회장이 다우데이타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익래 회장→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을 차례로 지배하는 구조다. 키움증권 아래에는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캐피탈, 키움YES저축은행, 키움인베스트먼트 등 금융계열사들이 속해 있다. 
 
이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가 김익래 회장이며 그 다음 2대주주가 이머니다. 그리고 이머니를 김익래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배하고 있다. 즉 김익래 회장이 보유한 다우데이타 지분이 이머니로 옮겨다는 것은 그룹 지배권이 이머니를 소유한 김동준 대표에게로 넘어간다는 뜻이 된다. 
 
이머니는 액면가 5000원 주식을 16만6000주만 발행한, 자본금이 8억3000만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 2019년 5월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동준 대표가 이머니 주식 5만5000주(33.13%)를 보유하고 있고, 김익래 회장의 맏딸인 김진이 씨가 1만주(6.02%), 둘째딸 김진현 씨도 1만주(6.02%)를 갖고 있다. 이들의 지분이 45.18%다.  
 
이는 마치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하기 위해 이재용, 이부진, 이서진 삼남매에게 삼성SDS 지분을 나눠준 것과 흡사한 모습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머니에는 자사주가 9만1000주(54.82%)가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를 제외하면 이머니에는 삼남매 외에 다른 주주가 단 한명도 없다는 뜻이다. 완벽한 독식 구조다.   
 
이머니는 작은 기업이기 때문에 김동준 대표가 이 회사 지분을 사들이는 데는 큰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머니엔 자사주가 많아 김 대표가 회사 지분을 더 사들이지 않아도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또 자금만 마련되면 언제든지 자사주도 김동준 대표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작은 회사가 지난해 168억원의 순이익(연결)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1억원이었지만 지분법 이익만 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자회사로부터 벌어들이는 돈이 많다. 회사에 쌓인 이익잉여금만 1041억원에 달하는 알짜 기업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우데이타는 지난 결산에서 주당 180원을 배당했다. 이 돈의 일부도 이머니로 들어가 다우데이타의 주식을 사들이는 데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머니의 배당은 김동준 대표의 이머니 지분 확보에 쓰이겠지만 지분 구조가 특수해 급할 게 없다.  
 
결과적으로 이머니를 통해 김동준 대표가 다우데이타를, 그리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최근 다우데이타의 주가가 급등해 이머니가 지분을 늘리기에는 부담이 커져서 승계 작업은 천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키움증권의 시가총액은 1조8000억원이 넘는다. 키움증권이 지배하는 회사만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YES저축은행, 키움캐피탈, 키움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다우기술 시총은 8500억원, 다우데이타는 5200억원 이상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헐값에 인수하는 것으로부터 그룹 전체를 지배할 기초를 다졌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편법 승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김동준 대표 또한 증여세 한푼 내지 않고 고작 이머니 지분을 사들인 몇 억원으로 수조원의 그룹을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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