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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주식 양도세 부과는 ‘지록위마’
입력 : 2020-06-17 오전 9:11:51
결론부터 말하자. 주식 양도세 부과는 명백한 증세다. 그걸 양도세와 거래세 이중과세를 해결한다는 둥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꼴이다. 현재 양도세를 올곧이 낼지는 대주주에게 선택권이 있다. 양도세를 내기 싫고 기회비용이 아깝지 않다면 연말 과세 기준일만 피하면 된다.
 
그걸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손익통산과세로 모든 주주 소득에 양도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기준일 이탈하는 대주주에 어떻게든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거기에 대주주 이하 소액주주까지 과세한단다. 조세저항이 있어야 정상적이다. 그걸 피하겠다고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차라리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보편적 과세 원칙을 앞세우는 게 낫다. 본질을 흐리면 과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논의에서조차 국민의 정상적 판단을 아예 배제하는 꼴이 된다. 증세한다면 주식시장 매력도가 감소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거래세를 낮춰주니 양도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식의 정책홍보는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넘어 지록위마(指鹿爲馬)’에 가깝다.
 
정부가 모든 상장 주식과 펀드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0.25% 되는 증권거래세를 대폭 낮춰주겠다는 단서를 주면서다. 그마저도 전면 폐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외국에는 거래세가 없는데 한국에는 거래세, 양도세 이중 부과로 시중자금이 부동산에만 쏠린다는 논리를 흘렸다. 손해 볼까 두려운 것이지, 거래세가 무서워 주식을 피하는 투자자가 있을까.
 
지금 양도세는 낼 사람만 낸다. 현행법상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현재 주식 합계 1% 지분 이상인 대주주만 과세 대상이다. 또 주식 보유가치가 10억원 이상인 경우도 해당된다. 내년 4월부터는 그 기준이 3억원 이상으로 강화된다. 양도세를 안내려면 종료일 직전 팔면 된다. 해당 매도 기간 주가가 오를 확률에 따른 기회비용을 고려해 투자자는 행동할 것이다. 적어도 선택권은 있다.
 
일각에선 대주주가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았다 연초에 다시 산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부동산도 6월말 보유세를 회피하기 위해 팔았다 되사지는 않을 것이다. 세금보다 시세차익이 크다면 애초 팔지도 않을 것이다. 반대로 연말엔 배당 기준일을 앞두고 매수가 몰렸다가 연초에 매도하는 경향도 있다. 주식시장 전체로는 서로 반작용해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도 생긴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처럼 점진적으로 과세 대상을 늘리는 이유는 주식시장 충격을 감안해서다. 학계에선 양도세 부과가 상장주식의 매력을 떨어뜨려 주가 하락,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도 그걸 염려해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진화만 과대포장해선 안 된다.
 
통상 20%로 가정되는 양도세 부과 시 시장을 예측해보자. 투자자를 크게 3분류로 나눌 수 있다. 주식으로 득을 보거나 손해 보는 부류, 그리고 예비투자자다. 득을 보는 쪽은 새로 양도세가 붙는다. 기존 잠재적 대주주는 물론 소액투자자들 모두 조세 부담이 커진다. 주식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손해를 보는 쪽은 거래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0.25% 내린다고 손해를 지우긴 역부족일 것이다. 되레 양도소득 과세로 투자 동기만 약해질 수 있다. , 재투자로 이어질 확률이 낮아진다.
 
예비투자자도 마찬가지다. 투자 유인이 떨어지게 된다. 외국계에 대해선 양도세가 확대될지 불확실하지만 그것까지 포함되면 투자자 이탈이 심각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시장과 똑같아지면 국내 투자자도 해외로 눈 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시장은 배당이 적어 장기투자 메리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과 시장 조건이 같다면 주식 상품가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비교해 보면 우리는 성장주도 적고 배당도 작다. 미국과 일본에선 거의 사라진 재벌도 있다. 일례로 배당이 적은 이유는 재벌 일가가 주식회사를 개인회사로 생각해 자본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또 재벌 입장에선 배당을 확대해 주가가 오르면 상속, 증여, 양도세가 커지는 불리함이 있다.
 
양도세 확대는 법인세 증대 효과를 기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거꾸로 기업의 금융상품 투자를 저해하는 역작용도 우려된다. 삼성전자 단일 회사만 놓고 봐도 지난해 금융상품 처분 손익이 2103억여원이었다. 그것이 양도세가 부과될 주식, 펀드인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그렇다고 가정하면 20% 세율 적용 시 420억여원 세수가 발생한다. 세법상 대주주 양도세 과세 대상엔 특수관계인(특수관계법인 포함)이 있다. 정부가 손익통산과세로 바꾸면 대주주가 아니라도 빠져나갔던 법인 과세 인상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정부가 거래세 폐지를 확정짓지 않는 데는 양도소득 세수 증대분을 보고 조절하겠다는 의도가 비친다. 하지만 증세는 투자 감소 역풍을 초래한다.
 
지금 0.25% 수준 거래세는 조세저항이 덜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식투자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거래세를 내려달라는 일각의 논리는 양도세를 올릴 경우 역효과만 낼 뿐이다. 결국 정부의 주식시장 세제 개편 골자는 증세로 수렴된다.
 
이재영 온라인부장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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