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9일 사흘간 방한을 예고하면서 그가 전할 대북 메시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조성된 한반도 긴장국면에서의 방한인만큼 한미·북미 관계의 진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6일 외교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7~9일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에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후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한미 전략대화를 갖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한반도 관련 상황 및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이 본부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미국을 방문해 비건 부장관과 한반도 정세는 물론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논의를 가진 바 있다.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가도에서 북한을 신경 쓸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도 미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놔 비건 부장관도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한에서 비건 부장관이 제재완화와 관련한 일명 '선물 보따리'를 내놓는 다면 북한의 응답 여부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 물거품이 된 판문점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건 부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판문점에서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이에 응답할 지는 미지수다. 비건 부장관의 북측 카운터 파트너로 꼽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선 전 협상 재개라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보단 상황 관망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 부상의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극적 비난과 대미 메시지 수위가 조절돼 비건 부장관의 입장에 따라 북한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통일부는 최 제1부상의 담화와 관련해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목표로 북미대화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 측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온 게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일정을 마친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