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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발언한 모든 말도 청각장애인들에게 전달됐으면"
<뉴스토마토> 인터뷰, '국회 수어통역사' 조성현 협회장
입력 : 2020-08-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언자인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한 사람이 취재진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되는 모든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이 공식 도입된 이후 첫 번째로 통역에 나섰던 조성현 한국수어통역사협회장이었다. 30년 넘게 수어통역을 진행한 조 협회장은 국회 수어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 협회장은 14일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수어통역사로 활동하며 느끼된 소회 등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어통역과 사회복지에 관한 생각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다정했다. 조 협회장은 "처음 기자회견을 했을 때 카메라 소리에 통역을 거의 하지 못했다"며 첫 통역에 나섰을 당시 긴장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국회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을 한다는 것은 청각장애인들을 배려한다는 개념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 들어가서 하는 것"이라며 일부 기자회견으로 국회에서의 수어통역이 제한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정부의 수어통역이 확대된 계기는 코로나19 국면이었다. 정부는 코로나19 브리핑에 수어통역이 없어 장애인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직후 정부는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수어통역 방송을 확대했다. 조 협회장은 "사실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 이후로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위치로 공용어가 됐지만 큰 변화는 주지 못했다"며 "코로나19 브리핑을 계기로 수어통역이나 수어통역사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밝혔다.
 
조 협회장에게 목표가 있다면 수어가 정식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어 교육이 이뤄지면 전국민이 수어를 배울 수 있고 청각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목표는 국회 뿐만 아니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도 수어통역사가 배치되는 일이다. 그는 "청와대에도 통역사가 들어가서 대통령이 발언한 모든 말이 청각 장애인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으면 한다"고 바램을 나타냈다.
 
국회 수어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성현 한국수어통역사협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국회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이 도입됐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코로나19 현장 브리핑을 통해 공공부분의 수어통역이 늘어나게 되고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 이번에 국회에서도 기자회견을 할 때 수어통역을 한다고 해서 굉장히 반가웠다.
 
처음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수어통역을 했을 때 마음가짐이나 느낌은 어떠했나.
 
취재진 카메라 소리에 거의 통역을 하지 못했다. 당시 기자회견이 법안 발의를 하는 기자회견이었는데 수어통역을 못할 정도로 취재진이 많이 있었고 카메라 소리 때문에 통역이 힘들었다.
 
이제 국회에서 수화통역을 한지 일주일이 됐다. 아직 시작이라 그런지 하루에 1~2개 정도 밖에 못 했다. 아마 기자회견을 신청한 쪽에서 수화통역을 요청해야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하루에 4~5건의 기자회견이 있을 때도 그 중에 1~2개 정도 하는 것 같다. 앞으로 전부 다 할 수 있도록 됐으면 좋겠다.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청각 장애인들을 배려한다는 개념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 들어가서 하는 것이다. 기자회견 내용 자체가 어떤 것이든지 간에 수어통역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인식 자체가 장애와 관련된 이슈 기자회견에만 수어통역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당일날 기자회견이 신청돼도 최대한 수어통역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국회 사무처에서 기자회견을 시간대별로 접수 받을 때 기자회견 당사자들에게 수어통역 여부를 물어봐서 결정하는 시스템인 것 같다. 앞으로는 기자회견 있으면 수어통역이 다 들어갔으면 좋겠다.
 
수어통역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현장에서 수어통역을 하면 항상 통역사를 위한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주변의 소음을 듣고 바로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 사무처에도 이야기를 했는데 스피커 방향이 통역사 쪽에 없고 다 앞으로 향해 있다. 그러다보니 옆에서 이야기를 해도 벽으로 반사돼 나오다 보니 환경적으로 통역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주로 법안 발의와 관련된 내용의 수어통역을 하다 보니 법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해야 된다.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기존에 있는 법안과 정책 보다는 새롭게 법안을 발의하는 내용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생소한 단어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지금 3명의 통역사가 교대로 하고 있는데 낯선 내용이 나오면 통역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사실 새 법안이 나오면 생소한 단어가 나올 수도 있고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기존에 있는 법이라면 기사를 통해 미리 보면 되고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새로 발의한 법안 내용들은 수어로 통역하기가 어렵다. 최근 통합당의 한 당협위원장이 나와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어려운 용어도 있고 전혀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었다. 그때 제가 현장에 없었는데 당시 기자회견에서 수어통역을 했으면 당황했을 것 같다.
 
국회에서 수어통역을 마친 뒤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현재 KBS에서 올해로 만 30년째 활동을 하고 있다. KBS 뉴스는 1994년부터 했다. 그 전에 사랑의 가족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활동한 것까지 하면 30년 정도 됐다.
 
국회 수어통역사로 일하게 된 배경은.
 
한국수어통역사협회라는 단체를 작년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아무래도 국회 입장에서 수어통역을 의뢰할 곳을 찾다보니 저희 법인으로 연락이 오게 됐고 제가 하게 됐다.
 
국회 수어통역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이번에 코로나19 브리핑을 계기로 수어통역사가 바로 발언자 옆에 서게 됐다. 현장에서 서서 수어통역을 하게 되면 청각 장애인들 입장에서는 수어가 크게 보인다. 현재 방송에서는 수어통역 화면이 전체의 16분의 1 크기로 나온다. 기념식이라든지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는 8분의 1까지 크기를 확대할 수 있도록 법으로 돼 있지만 권고사안이다.
 
코로나19 브리핑을 계기로 수어통역 횟수가 늘었나.
 
코로나19 브리핑을 계기로 수어통역이나 수어통역사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좋아졌다. 요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시대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 수어도 그렇게 바뀐 것 같다. 사실은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 이후로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위치로 공용어가 됐다. 그렇지만 그것이 법으로서 선언적인 역할만 했지, 큰 변화는 주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브리핑을 계기로 조금 변화가 생겼다. 시민단체에서도 요구하고 있는데 청와대에도 수어통역사가 배치됐으면 좋겠다. 제 욕심은 교육쪽에서는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한글을 배우듯이 수어 과목이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수어를 배웠으면 좋겠다. 통역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어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앞으로 교육이 이뤄지면 전국민이 수어를 배워나가게 되고 청각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장애인들에게 무엇을 해주는 것이 배려 차원이었다. 복지라는 것이 배려의 개념이었는데 최근에는 그것이 아니라 권리의 개념이다. 청각 장애인의 숫자가 적으니까 5%, 4%만 방송에서 수어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늘 해야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막이 나갔는데 굳이 수어가 나갈 필요가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농아인 입장에서 자막이라는 것은 영어와 같은 제2의 언어다. 우리가 외국영화를 보는데 외국 자막을 틀어주면 읽을 수는 있는데 독해 속도가 느린 것처럼 농아인들에게도 한글이 그렇다.
 
앞으로 국회 수어통역에 임하는 각오 등 한 말씀 부탁드린다.
 
통역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국회 수어통역사로 먼저 활동하게 했는데 내년에는 국회 직원으로서 통역사를 배치해서 안정적인 통역 환경을 만들고 싶다. 입법부인 국회에도 수어통역사가 들어가고 방송사 메인뉴스에도 수어통역사가 활동한다. 청와대에도 수어통역사가 들어가서 대통령이 발언한 모든 말이 청각 장애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목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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