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회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셧다운'이 반복되자 비대면 회의·원격 표결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 '다수결 독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전면 도입 자체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이나 천재지변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원격 출석·비대면 표결이 가능하도록 규정하는 국회법 일부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코로나19를 포함한 재난 상황 발생시에도 비대면으로 국회 상임위원회나 본회의를 진행할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현행법상 원격 출석 등 비대면으로 안건을 의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돼있지 않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에 국회의원이 회의에 출석하기 어려운 긴급상황이 발생한 경우 국회의장의 허락을 얻어 원격 출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또 회의장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원격으로 표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당 이동주 의원은 국회 출석을 요구받은 증인·감정인·참고인 등이 온라인 원격 출석을 가능토록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관련해 이 의원은 "얼마 전,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청문회에 IT기업(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들이 온라인으로 원격 출석해 화상회의를 했다"며 "국회도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국정감사를 비롯한 회의가 있을 경우에 증인 등을 온라인으로 출석하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국회 사무처에 영상회의 시스템 수립을 요청했으며, 사무처도 관련 시스템을 연말 내 구축하고 비대면 회의와 원격 표결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원격 표결 시스템 구축은 야권의 반대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비대면 회의와 원격 표결 시스템 구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아래 회동을 이어가려 했지만 국민의힘에서 이를 반대했다. 박 의장이 일방적으로 비대면 국회 운영 관련 법안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박 의장이 비대면 표결과 관련된 제안들을 법안 형태로 완성해 가져와 사실상 통보라는 점에 불만을 가졌다. 여야 협의로 진행해야 할 사안을 법안을 완성해놓고 동의하라고 압박했다는 지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의장이 늘 (회의) 진행이 중립적이지 못하고 편향적"이라며 "의원들이 교섭단체에서 회의를 하고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의장이 법을 만든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이 비대면 국회 운영 법안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은 현재 의석수와 관련이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이 국회 회의장을 벗어나는만큼 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이지만 원격 표결을 통한 '타수결 표결'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이미 민주당이 부동산 3법과 쟁점 법안들을 176석이라는 절대 과반 의석으로 통과시킨만큼 원격 표결이 진행되면 표결 강행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국회 운영적 측면에서 야당의 우려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회의에 비대면 회의와 원격 표결이 도입되는 것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는 각당의 비대면 의원총회 시스템은 이른 시일 내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행정비서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관 본회의장에서 방역요원이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