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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덮치는 포퓰리즘)③"여론 의식한 정책 이제 그만…시장 발전 막는 규제 뽑아내야"
세금으로 원금보장 논란 여전…해외 신용공여·디폴트옵션은 시급
입력 : 2020-09-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세금으로 원금을 보장하는 뉴딜펀드, 소액 투자자를 배려하는 청약제도 개선, 사모펀드 판매사 100% 배상 결정 등 거듭되는 '개미 표심' 의식성 조치들이 여전히 논란거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포퓰리즘 아닌 시장 불안을 막으려는 조치였다'고 정면 반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국과 정치권이 여론을 의식한 땜질 조치에 힘쓰기보단 자본시장을 키울 수 있는 의미있는 개혁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긴 초대형 투자은행(IB) 6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33조3750억원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17년 6월 말(2조7770억원)보다 20%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이들의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은 6%로 주요 증권사 20곳의 ROE 평균(8%)을 밑돌았다. ROE는 기업이 투자된 자본을 사용해 얼마나 이익을 올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증권업계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지표다. 지난 3년간 증권사들이 초대형IB 육성 정책에 따라 몸집은 키웠지만 그만큼 수익성을 키우진 못한 것이다.
 
국민 재산 형성과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자본시장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발행어음은 개혁이 절실한 사업 중 하나다. 발행어음이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 중 지정된 증권사만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단기 어음이다.
 
하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본래의 취지는 발행어음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100%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코로나로 인한 기업 금융과 부동산 시장의 경색 등 시장 상황도 문제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기자본 보증 제한과 기업금융에의 50% 할당 등 규제가 역마진 우려마저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해외 자회사에의 신용공여 허용 역시 초대형 IB들이 글로벌 수익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개혁해야 할 규제로 지목되고 있다.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신용공여 등의 신사업이 허용되지만, 현행 제도상 해외법인으로의 신용공여는 제한됐다. 이에 현지에 진출한 자회사 법인들이 현지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업계의 고충이 터져 나온다.
 
해외법인을 많이 둔 한 종투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M&A나 인프라 투자 등 빅딜이 있을 때 글로벌 IB와 경쟁이 붙는데, 이때 큰 자금이 필요해 해외법인의 자본만으론 힘든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 도입에 대한 업계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특정 투자 방식을 요구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알아서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자동 투자제도로, 국내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할 방안으로 제시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의 국내 퇴직연금 운용은 장기 연금투자로 적절하지 않고, 저금리 기조로 이러한 상품의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을 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장기투자 운용이라는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꺼려하는 것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규제 개혁의 필요성에 십분 공감하고 있으나, 진행은 더디다. 해외 법인 신용공여에 대해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정무위원회에선 올해 법안 심사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법안 심사 이뤄지면 종투사의 해외법인 신용공여 허용안이 가장 먼저 논의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국회에서 디폴트옵션 등 퇴직연금제도가 통과되지 못한 만큼 이번 21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에 관한 감독은 엄격하게 하는 것이 맞지만, 금융기관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과도한 규제가 들어가선 안 된다"며 "상품 개발 자체를 막기보단 상품의 위험과 성격의 특성이 잘 전달되도록 해야 하고, 그러지 않아 사고가 생길 경우엔 엄격히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가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국과 정치권이 여론을 의식한 땜질 조치에 힘쓰기보단 자본시장을 키울 수 있는 의미있는 개혁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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