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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장벽 높여도…레버리지 원유ETN 쏠림 여전
기본예탁금 시행 첫주…유가 급락하자 210억 순매수…규제 전후 투자유입 변화 없어
입력 : 2020-09-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유가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레버리지 원유 ETN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한 투자 요건이 강화됐지만, 레버리지에 대한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프/뉴스토마토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가 각각 3.9%, 7.6% 급락한 지난 7일과 9일(국내 시각), 개인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원유 ETN 상품 3개(△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ETN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ETN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를 각각 210억원, 179억원 순매수했다.
 
전체 ETN 중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1~3위에도 올랐다. 유가가 급락하자 반등 기회를 노린 투자자들이 유가 상승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몰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ETN 투자 패턴은 기본예탁금 제도가 시행되기 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유가가 5% 이상 급락한 지난 6월25일(5.8% 하락)에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만에 원유 레버리지 ETN 3개 상품을 20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번주 유가가 급락하자 불개미들은 비슷한 규모로 원유 ETN을 사들였다.
 
지난 7일부터 소액 투자자들의 레버리지나 곱버스(역으로 2배 수익률을 추종) ETP 접근성이 제한됐다.신규 투자자를 대상으로 예탁금 1000만원과 1시간 교육 이수가 의무화되면서다. 변동성이 큰 고위험 상품인 레버리지와 곱버스로의 투기가 올초 문제로 떠오르며 금융위원회가 'ETP 시장 건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 시작이다.
 
효과도 일부 있다. 원유 레버리지가 아닌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등 시장대표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곱버스 ETF의 거래가 규제 전인 지난주 대비 줄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도 변경 직후인 지난 7~8일 양일간 레버리지 ETF 16개는 1273억주가 거래돼, 제도가 변경되기 전 1492억주에 비해 14.7% 감소했다. 고위험 ETP로의 쏠림이 어느정도 해소되고 유망 섹터 ETF에의 투자가 느는 등의 효과가 있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ETF는 원래도 레버리지·곱버스 거래 비중이 60% 정도로 ETN(90%)에 비해 쏠림 현상이 심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예탁금 적용 이후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 제한성이 떨어져서인지 레버리지 상품의 매매 빈도는 줄었다"면서도 "거래대금이 확연히 줄었다고 보긴 어려워 아직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평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기본예탁금 제도의 효과는 원유 ETN 투기 현상을 해소하는지에 성패가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본예탁금 제도 시행의 주 배경이 원유 고위험 ETN 상품에의 투기 과열이기도 했고, 당분간 유가 하락이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4~5월의 과열 양상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유가 하락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원유 공식 판매가를 인하하면서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공급 측면에서도 8월 이후 감산량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말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면서 원유 ETN 상품들은 연일 괴리율을 초과하며 매매 중단과 개시를 반복한 바 있다. 이후로도 유가가 내리면 '불개미'들은 어김없이 레버리지 원유 ETN을 사들였다. 
 
김 연구원은 "다시 한 번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반복되진 않겠지만 현재 유가가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4월처럼 콘탱고(유가 선물이 현물보다 비싼 현상)가 심화되고 있다"며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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