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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험 섭외사원도 근로자, 퇴직금 줘야"
입력 : 2020-09-15 오후 3:53:4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근로계약 대신 위탁계약을 맺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됐던 보험 섭외사원들이라도 보험사에 종속돼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 섭외사원은 보험설계사에게 단체 고객을 소개해주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문성)는 의정부에 있는 S기업금융서비스에서 일했던 이모씨 등 보험섭외사원 4명이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퇴직금 230여만원~720여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이 판결은 쌍방이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최근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고와 1년 단위로 위탁계약이 자동갱신됐으며,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비춰 원고들이 다른 직업을 상시 겸업하는 것은 곤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피고의 승낙 없이는 제3자를 고용해 섭외업무를 대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원고들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당했지만 이는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 "그렇다면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근무하다가 퇴직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던 이씨 등은 S기업금융서비스 보험대리점에 취업해 영업 대상 회사를 물색하고 보험설계사 방문일정 등을 조율해주는 일을 했다. 기본급 없이 월 20~40만원 상당의 출근수당과 섭외된 회사에서 성사된 보험계약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섭외를 하지 못한 달은 고작 30만원이 월급의 전부였다. 이후 이씨 등 4명은 2018년 5월 퇴사하면서 퇴직금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이씨 등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얻어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 등의 손을 들어줬고 회사측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역시 1심을 유지했다.
 
소송을 대리한 강현구 공익법무관은 "회사에서는 채용공고에 기본급을 준다고 했지만 실제 일할 때는 성과 수당으로만 주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판결이 같은 처지의 분들 고생에 대한 조그마한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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