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LG화학(051910)이 주주들의 기대와는 다른 물적분할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되자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물적분할을 해도 기업의 본질가치에는 변함이 없지만, 단기간 투자수익 회수에 불리한 데다 신설법인의 투자 유치로 신주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아져 기존 주식가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주식시장에서 LG화학은 전일보다 2.33% 하락한 67만1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직후 곧바로 65만원까지 급락했다. 다시 낙폭을 줄이며 보합권까지 올라섰지만 약세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하루 전에도 장마감을 한 시간 남기도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주가 하락에는 전일 장마감 후 전해진 소식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이사회는 이날(17일)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분할을 위해 긴급이사회를 개최한다. LG화학의 기업분할은 예견된 내용이지만 주주들은 인적분할을 기대했던 터라 이같은 결정에 크게 실망했다.
LG화학은 배터리사업의 성장을 위해 화학사업과 배터리사업을 각각의 법인으로 분할할 예정이었다. 주주들이 예상했던 인적분할은 사업의 가치를 평가해 분할비율을 나누고 각 비율대로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도 나누는 방식이다. 만약 A사업과 B사업이 각각 40대 60으로 평가됐다면 100주를 보유하고 있는 기존 주주는 A주식 40주, B주식 60주를 받게 된다.
하지만 LG화학이 결정한 물적분할은 B만 따로 떼어내 A(존속법인)의 자회사 B(신설법인)로 설립하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들은 변함없이 A주식 100주만 갖게 된다. 신설된 B의 가치는 A가 보유한 지분만큼 연결 재무제표로 반영된다.
이렇게만 보면 인적분할이든 물적분할이든 본질가치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LG화학 주주들이 실망한 이유는 분할 후 배터리 신설법인의 행보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보유주식 가치가 훼손될 거라는 예상에서 비롯됐다.
물적분할이 진행될 경우 새로 설립될 배터리회사(B)는 LG화학(A)이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연결재무제표에서는 달라질 게 없다. 단, B가 성장을 위해 외부에서 자본을 유치하는 시점부터는 변화가 생긴다. 투자회사나 사모펀드 혹은 조인트벤처 형식이든 누군가가 B에 투자한다면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그만큼 LG화학의 지분율은 줄어들게 된다.
제3자에게 배정하는 유상증자 대신 일반인 대상으로 기업공개(IPO)를 해도 마찬가지다. 신주를 발행해 공모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LG화학이 보유한 배터리 법인의 지분가치는 희석될 것이다. LG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일부를 공모주로 내놓는다고 해도 그렇게 회수한 돈을 LG화학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는 한 주주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것이 없다.
두 번째, 국내 증시에서는 자회사 또는 보유지분의 가치가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맹점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032830)은
삼성전자(005930)의 주식을 8.51%나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의 시가총액(12조8000억원)은 그 지분가치(30조원) 절반도 안 된다. 이들처럼 배터리 법인이 성장을 구가해도 LG화학이 그 성장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투자자들은 “배터리 사업이 이제 막 이익을 내며 본격 성장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훼손하면서 회사의 이익만 키우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증권업계는 이번 분할로 LG화학이 재평가될 수 있을 거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KB증권은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분할을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기업분할 자체는 기업가치 상승과 상관없다”면서도 “전지 사업부가 경쟁기업 대비 적정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고, 물적분할 이후 상장 등을 통해 투자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LG화학은 중국 CATL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미 LG화학 주가에 배터리 사업의 가치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분사 후에 배터리 법인의 가치가 얼마나 더 높아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물적분할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분사된 배터리 법인의 사업가치가 지금보다 상승한다면 투자자들의 우려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시각은 LG화학을 어떤 방식으로 쪼개든 배터리 사업이 성장만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쪽으로 모인다.
결국 LG화학 배터리 사업의 성장 기대감에는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직접 주식을 손에 쥐고 성장의 과실을 당장 취할 수 있느냐 아니면 자회사로 두고 남들까지 파티에 끼워준 상태에서 간접적으로 취하느냐에서 투자자들은 후자를 중시했고 증권업계는 전자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 멀리 내다보고 이번 실망 매물로 인한 하락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