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 야당 내 분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재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만큼 자칫 '기업규제 3법'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공정경제라는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은 공감하지만 여당이 말하는 '공정경제 3법'은 자칫 기업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며 "정기국회 내 통과를 정해놓을 것이 아니라 독소조항 조정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규제로 인해 공정경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기업규제 3법'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재계에서 거듭 반대하고 있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기 국회 내 공정경제 3법의 통과를 추진하고 김 위원장이 기본 원칙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재계는 연일 국회를 찾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2일과 23일 여야 대표를 만나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김 위원장은 "적절히 심의하는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답했을 뿐 기본 틀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가 없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비대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계의 경우 상법개정안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크다. 공정경제 3법 중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과 대주주 의결과 3% 제한을 담고 있는데 정부 여당은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해당 조항이 감사위원 선임 결정권에서 대주주가 배제될 수 있고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의 영향이 더욱 커지면서 경영권의 위협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선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상법 개정안에 대해 SNS에서 "악덕 기업 사냥꾼이나 해외 투기자본에 건실한 국내기업을 먹잇감으로 방치시킬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고도원천기술을 빼앗길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에 따른 대상 기업이 늘어난다.
공정거래법의 전속 고발권이 폐지 될 경우 현재와 달리 가격·입찰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의 경우 누구나 대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검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가 가능해져 고발과 수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높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협의회를 만들고, 그룹의 주요 위험 요인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삼성, 현대자동차 등 6개 복합금융그룹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관련해 김 의원은 "불법 경영권 승계를 시도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일삼는 일부 부도덕한 총수 일가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그와 동시에 우리 기업은 우리 사회가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야 하는 우리의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라고 평했다.
이어 "기업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합리적 데이터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 3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점들이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당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근거 제시 없이 쟁점조항들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는 일은 위험하다"며 "경영계의 걱정을 '엄살'로 치부하고, 개정안의 내용을 예전부터 여야가 하던 이야기로 보는 등의 논지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변화하는 경제 상황 속 지금도 이런 주장이 유효하다는 근거가 필수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김 위원장이 "시장이 다 못 해주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제거하면서 기업과 국민이 공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지지 의사를 거듭 나타내고 있어 당내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