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정부가 임신 14주 내까지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취지의 법안을 입법 예고하자 여당과 시민사회 내부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은 정부 입법 예고에 침묵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 '낙태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7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했다.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며 정부의 입법을 비판하고 나섰다.
권 의원은 "여성의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또 일정 시기 이후는 임신중단의 허용범주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의사의 의료적 판단과 임신여성 결정에 따라 분만 여부를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형법에 명시된 '낙태의 죄'를 전면삭제하고 임산부 의료비 지원 등을 제안하는 관련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의당도 정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수많은 여성이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를 외쳤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결국 낙태죄는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만을 완화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여성들이 자신의 삶과 건강을 안전하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하며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도 낙태죄 유지에 대한 반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래사회 연구소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낙태죄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을 올리며 "낙태죄는 여성의 신체주권 뿐만 아니라 건강권도 위협하고 있으며, 여성을 경제적으로도 핍박한다"라며 "국회는 주수 제한 없이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법률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성단체인 페미당당은 국회의사당 앞에서의 긴급 1인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낙태죄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법률토대 마련을 촉구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8개 여성단체 모임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전국 단위의 긴급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입법 예고에 공식 논평이나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낙태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라는 불분명한 기준이 들어 있다"며 "너무 포괄적이고 낙태를 남용할 소지가 굉장히 농후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정부가 입법을 예고한 만큼 신중론을 앞세우고 있다. 허영 대변인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난제인 만큼 각계의 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입법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여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입법은 40일 이상 각계 의견을 청취한 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때문에 의견 청취 과정에서 낙태죄 폐지에 대한 추가적 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신 중단에 허락은 필요 없다,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