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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복귀 시사한 권영세…남북관계 '빈손' 오점

약 1년 재임 후 퇴임 수순…"권영세, 1년간 도대체 뭘 했나"

2023-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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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여의도 복귀를 시사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인 권 장관이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하는 것은 예견된 수순입니다. 권 장관 바람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을 교체한다면, 1년 조금 넘는 통일부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권 장관을 향한 비판이 잇따릅니다. 취임 초, 권 장관은 남북 간 기존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취지로 “이어달리겠다”고 표현했는데요. 권 장관의 재임 기간 동안 ‘이어달리기’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행동 없이 말뿐이었다’는 비판입니다. 
 
권 장관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들은 정치로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 내년 총선에 대비해 장관직에서 물러나 국민의힘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통일부 내에서도 권 장관이 직접 ‘정치인 복귀’를 언급한 만큼 ‘장관 교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어 달리기와 정반대 행보…"권영세, 1년간 도대체 뭘 했나"
 
임기 초, 권 장관은 “이어 달리기”를 언급하며 통일부 장관으로서 한때 기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취임 한 달을 넘긴 지난해 7월 권 장관은 “(남북관계에 있어)과거의 잘못된 점은 고치고 좋은 점을 수용해 ‘진화하는 이어 달리기’를 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이어 달리기’는 문재인정부에서 한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고, 통일부 장관으로서 평화 통일 원칙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입니다.
 
하지만 권 장관은 재임 기간 동안 이와는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북한 관련 사안들을 끄집어내 전임 정부 공격에 활용하는 데 통일부가 앞장서면서, ‘이어 달리기’는 사실상 하나마나 한 말이 됐습니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 해군에 나포된 탈북 남성 선원 2명을 북한 측 요청에 협력해 강제 북송했는데요. 권 장관의 통일부는 해당 선원들이 판문점을 통해 북송되는 과정을 담은 현장 영상, 사진 등을 공개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런 식의 현장 사진이 공개된 것은 아주 이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권 장관은 지난해 8월 “당시 송환은 자유의사에 반하는 송환”이라며 탈북민 전원 수용 원칙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습니다. 
 
파장은 컸습니다. 문재인정부가 탈북민의 인권을 무시하고 나아가 북한에 굴종했다는 비판을 받은 겁니다. 이들 선원 2명이 배에 탄 선장과 선원 16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탈북했다는 점에서, 강제 소환에 대한 찬반 여론이 충돌하며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서독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위한 거래) 사업을 비밀로 유지하면서 이어달리기를 했다”며 대북정책의 일관성 실종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프라이카우프는 동독에서 정치적 이유로 구금된 반체제 인사 등 정치범들을 서독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서독 정부가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시킨 것으로, 동독 주민들의 인권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입니다. 양 교수는 “통일부는 평화 통일, 민족 공동체, 단계적 통일 원칙을 지키고 지혜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권 장관의 통일부는 도대체 뭘 했나”라고 꼬집었습니다. 
 
권 장관에 대한 긍정 평가도 있습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이자 4선 중진의원인 권 장관이 있어, 통일부가 그나마 대화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겁니다. 강영식 전 남북교류지원협회 회장은 “권 장관이 친윤계에 중진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나마 통일부가 다양한 상황들을 정리할 수 있었지 않나”라며 “차기 장관은 남북 대화를 우선하는 분이 와서, 통일부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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