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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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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놀랄 '전세 사기'

2024-04-21 12:47

조회수 :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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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일무이한 독특한 사금융 '전세제도'가 결국 일을 키웠습니다. '전세 사기'가 대한민국을 삼켰습니다.
 
그동안 전세 사기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한 전세 사기 피해자 가결 건은 누계 1만5433건에 달합니다. 피해는 수도권·청년·다세대주택에 집중됐습니다.
 
전세제도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볼리비아, 인도 3곳에만 있는 보기 드문 방식입니다. 볼리비아나 북인도의 경우 보증부 월세(반전세) 형태에 보증금이 많은 방식이라 실질적으로 '완전 전세'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사금융 특유 취약성에 노출된 전세 구조가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땐 투기와 사기가 횡행하고, 불황일 땐 보증금 사고가 늘었습니다.
 
평생 만져보기도 어려운 억 단위 돈을 아무 정보도 없는 집주인 개인에게 맡기는 전세제도가 수십년 존속한 이유는 큰 틀에서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사회에 있었던 건데 이게 깨진 겁니다. 
 
정책 실패 탓이 큽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 제도를 구축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선한 의도와 달리 시장에선 보증금에 대출금을 얹어 집을 사들여 차익을 노리는 갭투자가 성행했습니다. 집값은 껑충 뛰었고, 전세는 급격히 활기를 띠었습니다.
 
전세 사기도 횡행했습니다.
 
일부 빌라 업자는 "은행에서 전세대출 받아오시라" "HUG 보증보험에 가입시켜 주겠다" "근저당권을 없애주겠다" 등으로 순진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를 꼬드겨 보증금 바가지를 씌웠습니다. 매매가를 추정하기 어려운 점을 노려 보증금을 적정 시세보다 올려받은 뒤 그 돈으로 갭 투자에 나선 겁니다.
 
HUG에 위조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해 세입자들을 안심시킨 뒤 보증금을 받고 가입을 취소하는 사기도 늘었습니다.
 
문제는 '부동산 하락기'인 지금 돌아오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문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일괄 공시 지가의 126%로 전세보증금 보증률을 낮추면서부텁니다.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까지 손실을 봅니다.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떨어져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제때 못 받거나 아예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상황에 놓였습니다.
 
대출로 집을 사 전세를 내준 집주인이 이자를 못 갚자,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깡통전세'가 활개를 쳤습니다. 통상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줬는데 전세 보증금 한도액이 하향하자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집주인들의 줄도산 사태가 초래됐습니다.
 
결국 전세보증금을 몽땅 날린 세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었습니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 보증 사고액은 연간 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HUG는 2025년까지 전세 보증 사고액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HUG 곳간 문제도 커졌습니다.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금을 대신 변제하는 HUG의 대위변제액은 위험 수위까지 폭증했습니다. HUG의 전세자금 보증보험 대위변제액은 2018년 583억원에서 2023년 3조5544억원으로 5년 만에 60배 늘었습니다.
 
대위 변제 이후 해당 부동산을 경매 처분해 회수한다고 하지만, 대규모 대위변제에 따른 구상권 행사는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해 낙찰가를 폭락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원금보다 70~80%가량만 회수됩니다. 피해금은 국민 세금으로 메꿔야 합니다.
 
결국, 세입자 보호를 위해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보증보험 제도'가 시간이 지나며 '전세 사기' 문제로 번진 겁니다.
 
이에 일각에선 전 세계 유일한 전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 전세 사기는 물론 갭투자 등 주택 가수요가 없어져 부동산 공급이 늘고 월세도 더 저렴해질 수 있다는 목소립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주택 가격이 높은데도 일정 부분만 지불해 집을 이용할 권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월세 지급은 돌아오지 않는 돈을 소비하는 것이지만, 전세는 문제가 없다면 추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전세도, 전세 보증보험 제도도 유지될 시 세입자가 전세 사기를 피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이것밖에 없습니다.
 
전세 계약 체결 때 해당 부동산에 설정돼 있는 근저당 설정액을 확인하는 겁니다. 전세보증금과 근저당 설정 금액을 더한 금액이 주택 매매가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세입자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나요. 부동산 정책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그 순간 문제만 모면하면 끝인가요.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전세 사기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한 전세 사기 피해자 가결 건은 누계 1만5433건에 달했다. (사진=뉴시스)
 
 
  • 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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