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차철우 기자] 민주당이 윤석열정부 규탄에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공세 수위가 한층 강화된 모습입니다. 동시에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에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들을 탄핵하려는 것은 물론 법안까지 발의하며 이 대표를 옹위하려는 듯한 행보에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야 앞세워 '법 뜯어고치기'…민주당 도 넘은 '폭주'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의 무죄 판결 이후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도 당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표적수사금지법'(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 등을 연이어 발의하며 사법 개혁을 앞세운 '이재명 방탄'이란 비판에 직면했었죠.
최근에는 박희승 의원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또 한번 '방탄 법안'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박 의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폐지하고 당선무효형 기준액을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요.
공교롭게도 법안 발의 시점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와 맞물리면서 의심의 눈초리가 커졌습니다. 이 대표의 유죄 선고에 대비해 처벌 근거 조항을 없애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이 대표의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로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이 대표에게 소급 적용을 하기는 어렵더라도 처벌 조항이 없어지면 감형 요인으로는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 한 명을 구하기 위한 거야의 입법권 남용"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20년 된 당선무효형 선거법 규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서 법안의 취지를 왜곡하지 말 것을 당부했죠.
아울러 민주당은 검사 탄핵에 이어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까지도 추진하려 합니다. 12월 첫 본회의(2일)에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의 탄핵소추안과 최 원장의 탄핵안을 보고한 후 이틀 뒤인 4일 표결에 나서겠단 계획인데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은 최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서울중앙지검의 부부장검사들도 "탄핵 소추는 특정 사건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불복 방법은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전날 항의 성명을 발표했던 부장검사들에 이은 단체 행동입니다.
'김건희 때리기' 화력 집중…여론전에 '사활'
그러는 동시에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필두로 윤석열정부 규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11월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폭설 피해를 우려한 이 대표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참석자들이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김건희 하나 살리자고 집안싸움에 빠져 민생은 IMF 때 수준으로 만들 것이냐"며 "내년에도 김건희 방탄에 나라 발목을 잡힐 수 없다. 대한민국의 김건희 중독을 끊어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라"며 "권력을 위한 정치는 무상하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는 영원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의 재표결을 정기국회 마지막 날(12월 10일)로 미루면서 이번만큼은 반드시 특검을 관철시키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여권에서 최소 8명만 이탈표를 던지면 특검법이 통과되는 만큼, 국민의힘의 균열이 커질 때까지 최대한 기다리겠다는 전략입니다.
일부 강성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특검을 넘어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탄핵연대)에 가입한 장종태 의원은 최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은 윤 정권을 대통령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본인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면 인내하겠지만 본인 스스로 결정할 능력과 생각 자체가 이미 실종된 상태로 강력하게 탄핵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본인이 스스로 결단을 못 한다면 국민의 힘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이 맞다"며 "여기서 조금도 주춤거리지 않고 일치단결해서 반드시 윤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겠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이같은 마이웨이 행보가 다소 과해 보일 수는 있지만 용인되고 있는 배경에는 윤석열정부의 무능함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된 법안들이) 굳이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방탄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면 (민주당의 행동에) 후폭풍이 불었을 것이다. 국민적 지지가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못 하지 않는 이상 별로 후폭풍은 없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김진양·차철우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