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 본사 전경. 사진/패션그룹형지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토종 패션기업인 패션그룹형지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내년 창업 40주년을 맞는 패션그룹형지는 외형을 확장하며 글로벌 사업 강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브랜드 구조조정과 사옥 투자에 따른 차입금 확대로 재무안정성은 저하됐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 249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2019년 4173억원에서 지난해 3052억원으로 26.9% 감소했다.
패션그룹형지의 실적은 2017년부터 둔화되기 시작됐다. 2017년 5041억원 규모의 매출은 2018년 4800억원, 2019년 4173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대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7년 337억원에서 브랜드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2018년 44억원으로 급감했고, 2019년 8억원, 지난해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패션그룹형지는 크로커다일레이디를 시작으로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 여성복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며 성장한 종합패션기업이다. 남성복(예작, 본)과 골프웨어(까스텔바쟉), 학생복(엘리트), 잡화류(에스콰이아, 소노비)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며 영역을 넓힌 회사는 내년 창업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패션 브랜드 확장과 함께 물류센터 준공,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운영 등 유통사업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중국 패션시장에도 진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최근 수년째 떨어지는 추세다. 3050 타깃의 여성복 브랜드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나,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됐고 온라인 유통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골프웨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던 까스텔바작의 매출도 줄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17년 6.7%에서 2018년 0.9%로 급락했고, 지난해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회사는 글로벌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송도에 '형지 글로벌패션 복합센터'를 건립중이나, 건설투자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커졌다. 작년 말 기준 패션그룹형지의 차입금은 3372억원(장·단기차입금+리스부채+회사채)으로, 차입금의존도는 60.1%다. 이 중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943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과 리스부채, 송도 신사옥 관련 회사채까지 더한 단기성차입금은 2424억원에 달한다. 총차입금의 약 71%로, 단기상환 부담이 높다.
회사측은 "형지 글로벌패션 복합센터는 송도 국제도시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글로벌 역수출, 학생복 '엘리트'의 중국 진출 등 글로벌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옥 건설이 완료된 뒤에도 수익성이 당장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저조한 수익성과 차입 부담, 영업실적 부진 등을 근거로 패션그룹형지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올해 송도 신사옥 건설이 마무리되면서 이후 건설투자 부담은 감소하겠지만 외형 정체에 따른 저조한 수익성과 높은 운전자본부담으로 미흡한 잉여현금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과중한 차입부담이 지속돼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회사인 까스텔바작 지분에 대한 매수청구권 만기로 대규모 현금 유출도 예상된다. 재무적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 신한BNPPMAIN사모증권투자신탁이 보유한 까스텔바작 지분은 19.65%(작년 말 기준)로, 매수청구권을 전량 행사할경우 400억원 규모의 현금이 빠져나가게 된다.
장 연구원은 "대규모 현금유출과 PF 대출 확대로 차입금이 대폭 증가하며 재무부담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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