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SPC…안전사고·불매운동·검찰수사 '사면초가'
정부 감시망, SPL→전계열사 확대…불매운동도 여전
공소시효 2개월…'일감 몰아주기·부정승계' 검찰 수사 급물살
2022-10-25 06:00:00 2022-10-25 09:13:17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SPC그룹 양재사옥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SPC그룹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었다. 잇따른 안전사고로 인해 정부의 감시망이 전 계열사로 넓어졌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PC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다가 지지부진하던 일감 몰아주기·부정승계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까지 급물살을 타게 됐기 때문이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SPC그룹에 대해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SPC그룹의 식품·원료 계열사를 대상으로 현장 유해·위험요인, 안전보건 관리 체계 등 구조적인 원인을 불시에 점검하겠다는 게 고용부의 방침이다.
 
SPC 계열사는 SPC삼립, 파리크라상, BR코리아, 샤니, 호남샤니, 에스팜, 설목장, 샌드팜, 호진지리산보천, 오션뷰팜, SPL, SPC팩(Pack) 등이다.
 
고용부의 감시망이 최근 사고가 발생한 SPL에서 SPC 전체 계열사로 확대된 셈이다. 이처럼 정부가 SPC 계열사를 대상으로 기획감독에 나선 건 최근 SPC그룹 계열의 제조 현장에서 잇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앞서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 A씨가 기계에 몸이 끼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동일한 공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23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샤니 성남공장에서 40대 남성 직원이 검지 손가락을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했다. 상자에 담긴 빵을 검수하는 작업 도중, 빵을 담은 플라스틱 상자와 상자를 끌어올리는 기계 사이에 손가락이 끼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SPC 계열사 여러 제조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SPC그룹을 향한 불만 여론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단체와 온라인 커뮤니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PC그룹의 브랜드 제품 불매운동도 시작됐다.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SPC 계열사 목록이 ‘SPC 불매’ 등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등까지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SPC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 참여한 시민이 SPC를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소 경쟁 업체인 뚜레쥬르보다 파리바게뜨를 이용했다던 소비자 박모씨(33)는 “최근 SPC에서 발생한 사고들과 이를 대하는 경영진, 오너의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면서 “진정성 있는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 대신 오히려 사건이 잠잠해지길 기다린 것 같은데 오만했다”고 꼬집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PC를 향한 검찰 수사가 다시 진행된 것 역시 향후 SPC그룹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SPC 사건 관련 기록을 재검토하고 있다. 사건 내용은 SPC 일감 몰아주기·부정승계 의혹이다. 2011년 4월부터 2019년 4월11일까지 그룹 내 부당지원으로 삼립에 총 414억원의 이익을 몰아줬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접수했지만 사건은 지지부진했고 현재 공소시효를 2개월 앞두고 있다. 다만 최근 검찰이 사건 기록을 재검토한데 이어 연내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SPC의 기업문화가 과거에도 갑질 논란을 여러번 겪었고,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려고 하던 게 있었는데, 이것이 최근 ESG경영이라는 거대한 트렌드 기준에 못 미치는,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라면서 “위기관리 측면에서 사과는 타이밍, 방법 등을 섬세하게 조율해야하는데 이번에도 위기관리가 2%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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