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11구역 조합원들이 지난 29일 오후 한남2구역 시공사 1차 함동설명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천원궁 천승교회에 방문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진 기자)
[뉴스토마토 김현진 기자] 흑석11구역 조합원들이 대우건설의 이주비 지원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위에 나섰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흑석11구역 조합원들은 지난 29일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업 1차 합동설명회에 방문해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참석한 조합원들은 '추가 이주비 준다더니 이자만 왕창주냐', '조합원들 파탄난다'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대우건설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위에 참석한 흑석11구역 조합원들은 "수주할 땐 준다더니 그 약속 어디갔냐, 대우건설은 은행 도망 알았느냐"며 "흑석11구역 조합원에게 지키지 못할 조건을 제시하고 한남2구역에서는 사탕발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발단은 이달 초 발표된 추가 이주비 금리에서 시작됐다. 흑석11구역 조합은 11월 1일부터 5일까지 추가 사업비 대출 접수를 받는다. 앞서 대우건설은 기본 이주비(법적 한도 내 40%)에 추가 이주비로 40%(신용공여)를 제안하며 지난해 1월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문제는 추가 이주비 대여 한도가 평가액의 40% 이내로 이율은 7.43%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기본 이주비 대출 금리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금리 5.16%(HUG 보증수수료 별도)와 비교하면 2%포인트 이상 높다. 이와 함께 최근 약 2000억원 규모의 이주비 대주단 모집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입찰에 참여하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 150%, 이주비 10억원 등 사업조건을 제시하자 흑석11구역 조합원의 원성이 높아진 것이다.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에 제안한 LTV 150%를 기본 이주비 법정한도인 LTV 40%(HUG 보증)에 추가 이주비 110%를 대우건설 신용공여를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추가 이주비 조달의 경우 시공사의 신용등급과 재무건전성 등을 평가해 금리가 책정되는데 대우건설의 경우 중흥그룹 인수로 신용등급이 한단계 상승해서 A등급(한기평, 나이스 기준)이지만, 비슷한 규모의 상위 건설사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여기에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 또한 일부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200%대 수준으로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높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최근 PF 우발채무 우려에 따른 자금 경색의 상황에서 추가 이주비를 조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에 공격적인 이주비 조건을 제안했지만 실현가능성이 낮아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특히 재개발사업에 있어서 이주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장위10구역의 사례처럼 명도 문제 등이 발생해 조합원에게 막대한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진 기자 khj@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