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이 1분기 엇갈린 실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오는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1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하는데요.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어닝쇼크(실적 충격)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몰고 온 IT(정보통신) 수요 부진과 고객사 재고 조정 여파 등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경기 침체에도 상대적으로 호실적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배터리 실적 호황은 전기차 시장 성장의 수혜가 배경으로 꼽힙니다.
반도체 칩(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업황 부진에 적자 최대 4조원 규모 예고
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는 업황 부진에 적자 규모가 최대 4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9% 감소할 전망입니다. DS(반도체) 부문은 4조원대 안팎의 손실을 본다는 예상도 제기됩니다.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영업손실 전망이 4조1200억원(하나증권), 4조200억원(NH투자증권)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반도체 사업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로 메모리 재고가 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한파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치가 최근에 가파른 속도로 조정되고 있다"며 "고객사의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 지속되며, 메모리 반도체의 출하가 예상보다 매우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실적 부진이 2분기에도 지속할 것"이라며 2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3조3300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1분기를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의 낮은 가격 수준을 고려하면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4분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삼성SDI '인터배터리 2023' 부스 조감도
배터리 업계 호실적 예고…전기차 수요 증가 및 IRA 호재까지
반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등 배터리 업계는 작년보다 크게 늘어난 실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 8조3707억원, 영업이익 4847억원을 거둘 전망입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92.8%, 영업이익 87.2% 오른 수치입니다.
삼성SDI도 같은 기간 매출 5조3292억원, 영업이익 3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6%, 23.4% 늘어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희비가 엇갈리는게 눈에 띄는데요. 업계에선 반도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무엇보다 업황 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과 가격하락, 재고 부담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진 탓에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업황의 반등 시점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 기대감을 갖긴 어렵기 때문에 중요한 건 재고를 줄여 이익이 개선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반면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수요와 수율 안정화, 원달러 환율 반등,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지침까지 호재로 분류돼 실적 전망이 밝다는 분석입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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