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양치기 소년' 오명 떨칠까
앱 3.0 리뉴얼 위한 4개월 서비스 중단 선언
데이터 완전 복구에 여전한 회의감…"새출발해야 승산"
2023-08-01 15:22:34 2023-08-01 16:14:58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4월2일, '싸이데이'를 맞아 야심차게 돌아온 지 약 16개월만입니다. 싸이월드는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발판으로 '싸이월드 3.0'으로 다시 찾아오겠다며 120일간의 이별을 알렸는데요. 약속한 시일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설령 제대로 돌아온다고 해도 이용자들에게 여전한 환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두 미지수입니다. 
 
싸이월드가 '싸이월드 앱 3.0' 리뉴얼을 위해 8월1일부터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 (사진=싸이월드제트)
 
싸이월드가 '양치기 소년'이란 불명예를 안은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습니다. 알다시피 싸이월드는 지난 20여년의 세월 동안 몇 차례의 손바꿈을 겪어왔는데요. 현재의 운영사 싸이월드제트와는 지난 2021년부터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2019년 10월 서비스가 중단된 싸이월드를 되살려 과거의 영광을 다시 누리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메타버스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원조 메타버스' 싸이월드의 부활은 많은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았죠.
 
2021년 4월 싸이월드 홈페이지 접속이 재개됐고, 싸이월드제트는 아이디 찾기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38억여원의 잔액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도토리 환불 서비스도 예고하면서 싸이월드의 재오픈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러나 싸이월드의 재탄생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초 5월을 목표로 했던 싸이월드제트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로 차일피일 일정을 미뤘습니다. 결국 해를 넘겨 이듬해 4월2일이 돼서야 싸이월드의 재시작을 알렸지만 이용자들이 가장 기다렸던 사진첩 등의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반쪽짜리 부활'에 그쳤습니다. 오랜 시간 싸이월드를 기다려온 이용자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후 싸이월드는 이용자들의 기존 데이터 복구를 지속하는 동시에 블록체인·메타버스 등과의 접목도 시도했습니다. 한글과컴퓨터와 합작 법인으로 만든 '싸이월드 한컴타운'이 '싸이타운'으로 이름을 바꿔 출범했고, 다이어리·선물가게·미니룸 꾸미기 등의 기능도 순차로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추억' 이외에 특별함을 줄 수 없었던 싸이월드는 다시금 이용자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용자들이 가장 기다렸던 사진과 동영상들 조차 제한된 수준에서만 확인이 가능했기에 이용자들은 추억을 찾지 않고 묻어두는 쪽을 택했습니다. 
 
싸이월드 스스로도 손을 놓는 듯 했습니다. 구글플레이 기준으로 싸이월드 애플리케이션은 지난해 11월27일 이후 업데이트를 멈췄습니다. 이 업데이트를 사흘 앞두고 배포한 자료에서 "다음달 20일 대대적인 앱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홍보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출사표를 던졌던 싸이타운은 정식 서비스 1년 만인 지난달 운영을 종료했습니다. 
 
싸이월드의 부침을 지켜본 IT 업계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표합니다. 여타 플랫폼과의 차별화 없이 오로지 이용자들의 추억만을 공략했던 전략 자체가 패착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챌 창업자였던 전제완 대표가 싸이월드의 부활을 추진했을 때에도 데이터 복구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도 서버 유지비용, 트래픽 사용 비용 등으로만 3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는데요. "사진이나 동영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어떤 것을 발굴했어야 했다"고 당시 내부 사정에 정통했던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싸이월드제트는 이번 서비스 중단이 1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싸이월드 2.0에서 오픈되지 못한 1.5페타바이트 규모의 2차 사진첩과 함께 리부팅할 것"이라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국민 SNS가 되겠다"고도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 대한 책임은 4개월 후 싸이월드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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