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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품기로 했지만...곳곳이 걸림돌
한진칼·대한항공, 이사회 열고 인수 의결
KCGI 소송·주주 반발·기업결합 통과 등 변수
직원들은 '구조조정' 불안
2020-11-16 15:18:44 2020-11-16 15:49:24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이 2위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 주주연합을 비롯해 일반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독과점, 특혜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인수는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을 사이에 낀 방식이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8000억원을 지원한다. 한진칼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대한항공에 대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으로 활용한다.
 
합병 당사자인 대한항공이 산은에 바로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한진칼을 낀 건 다가올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산은은 한진칼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지원을 통해 한진칼 지분 10%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이번 인수를 수용한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초기 절차를 마무리 짓게 됐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30%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어 따로 주총은 거치지 않아도 된다.
 
16일 한진그룹이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바라본 계류장. 사진/뉴시스
 
"대한항공까지 부실기업 될라"…KCGI·주주 반발
 
한진그룹이 빠른 속도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면서 잡음도 일고 있다. 특히 KCGI 주주연합의 반발이 거세다. KCGI 주주연합은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만큼 이번 인수에 대해 향후 소송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CGI 주주연합은 그간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내년 주총을 준비해왔다. 현재 KCGI 연합은 한진칼 지분율 46.71%를 보유하며 41.4%를 가진 조 회장 측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산은이 이번 인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 약 10%를 보유하게 되면 조 회장은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한다. 이렇게 되면 KCGI 주주연합은 올해 경영권 전쟁에서도 조 회장에 패배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KCGI 주주연합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CGI는 이날 "조원태를 살리기 위한 국민 혈세 낭비"라며 "조 회장의 사재출연 없이 경영권을 방어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전체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할 것을 촉구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서 대한항공까지 휘청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주주들의 반발도 일고 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두 기업 모두 부실화가 불가피하다"며 "항공업 재편을 위한 것이라면 선진국들처럼 차라리 한진칼을 100% 국유화하고 진행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1~2위가 통합돼 국내 항공 산업이 재편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양사 모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1~2위 항공사가 합쳐지면서 독과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당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도 있다. 이밖에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팔기 위해 한진그룹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 소재 대한항공 사옥. 사진/뉴시스
 
구조조정 불가피?…불안에 떠는 직원들
 
갑작스럽게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사 직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합병 후 노선 통·폐합이 불가피한 만큼 이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날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통합 후 양사의 중복 인력을 800~1000명으로 추산했다.
 
산은과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자연적인 인원 감소 등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이 필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직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합병 확정 소식이 전해진 후 아시아나항공 직원 커뮤니티에는 '구조조정 불안에 내년에도 힘든 시간을 견뎌야할 것 같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언제 시작될지 불안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구조조정은 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가 계속되는 한 순환휴직 등 인건비 줄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날 양사 노조 또한 공동 입장문을 통해 "동종 업계 인수는 중복 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를 빌미 삼아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 돌리고 국민 혈세로 해결하려는 정경 야합을 즉시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처럼 직원들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고용 불안을 최소화하겠다며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이날 조 회장은 인수 소식을 밝히면서 "통합 이후 임직원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양사 임직원이 모든 처우와 복지를 차별 없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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