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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거리두기 정책은 불공정 시스템, 단체기합 방식"
2일 '거리두기 체계 개편 위한 공개토론회' 개최
10명 중 8명 사회적 거리두기 피로감 느껴
"방역강도·확진자 감소 연관성 없어"
2021-02-02 16:09:20 2021-02-02 16:09:2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지난 1년간 이어져 온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엄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상공인 등 특정 집단의 피해를 강요할 뿐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없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2일 오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LW컨벤션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교수는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마치 '단체기합'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어떤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고위험시설로 규정하고 규제하고 있는데 이건 '단체기합 방식'"이라며 "소수의 시설이 방역을 지키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다수의 선량한 사람이나 집단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가 문 닫게 하면 보상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보상은 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거리두기 시스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은 문을 닫아도 정부가 보상을 해줘 자영업자가 생계를 고민 안 한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정부의 명령에 의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이라는 건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주로 규제하는 시설들이 과연 방역효과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거리두기 대책을 시행하면서 규제에 집중하는데, 실제 집단감염은 병원과 요양시설, 복지시설, 교회 등에서 다수 발생한다"며 "거리두기에서 주로 규제하는 시설은 확진자가 적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발표한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패러다임'에 따르면 지난해 8월20일부터 지난 1월30일까지 발생한 약 3만건의 확진자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비율은 교회(21%), 회사(16%), 가족 지인(12%), 요양병원(7.5%), 요양시설(6.1%), 병원(5.3%), 교정시설(4.2%), 예체능학원(3.2%), 실내외체육 공연시설(2.4%), 식당·카페(2.4%), 유흥시설(2.3%), 노래방(0.1%) 순을 보였다.
 
김 교수는 "미용실은 10만개 중 1개, 카페는 10만개 중 3개가 집단감염 발생했는데 확진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나머지 9만9997개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게 과연 과학적 접근방식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방역 강도를 높이면 확진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데, 꼭 그런 연관성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당국의 정책이 거리두기 단계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2단계, 3단계 등은 우리 정책 당국이나 위원회를 통해 만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각각의 단계 안의 어떤 구성 요소가 효과를 나타내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확진자 얼마나 줄였는가에 대한 실증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거리두기를 아예 안 하는 것은 엄청난 파국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완벽하고 완전하게 봉쇄할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그 중간단계인데 그게 어떤 것인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향후 진행될 거리두기에서는 참여와 공론화를 통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거리두기는 확진자 수 등 방역적 측면뿐 아니라 심리적 요인, 사회 경제에 미치는 요인 등을 고려해서 도입해야 한다"며 "참여와 공론화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도록 정책거버너스를 바꾸고, 일반 국민들까지 이에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8명은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1.2%는 '거리두기로 인해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다만 향후 코로나19 유행 확산 시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필요성에 대해선 87.8%, 오후 9시 운영제한 시행에 대해선 79.6%가 각각 동의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소상공인들의 피해만 강요하는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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