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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나 더 레코드’ 김종관 감독 “신세경과 서촌, 중매하는 느낌”
“다큐는 대상이 중요. 신세경, 삶과 일 행복에 대한 고민 많았다”
“한번 해보니 더 잘 할 것 같다. 시즌2 함께 할 배우 목록 있다”
2021-11-05 00:00:01 2021-11-05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서촌이 배경이다. 잔잔하지만 뭔가 있다. 억지로 뭔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그 공간이 담겨 있다. 그 안에 여배우가 등장한다. 화려해 보이는 신세경이다. 여배우라 당연하다. 하지만 당연함 그 뒤에 뭔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카메라는 그걸 억지로 캐내려 하지 않는다. 그걸 보여 달라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공간과 사람과 그리고 관계를 통해 어떤 기록을 쌓아간다. 연출자 김종관 감독이 만들어 내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심포니다. 김 감독은 서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남다른 연출자로 유명하다. 실제 이 곳에서 오랫동안 거주 중인데, 이 곳을 배경으로 영화도 찍었고 이 곳에서 느낀 감정을 책으로 옮겨 내기도 했었다. 국내 OTT플랫폼 시즌(seezn)의 오리지널 콘텐츠 어나 더 레코드는 그래서 조금은 특별하게 또 약간은 많이 주목 받아봐도 괜찮을 듯하다. 유독 마니아층이 두터운 김종관 감독이 서촌이란 공간을 또 다시 주목했다. 무엇보다 이 공간에 여배우 신세경을 집어 넣었다. 그는 서촌과 신세경의 중매를 선 중매쟁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다며 어나 더 레코드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전했다. 뉴스토마토와 최근 만난 김종관 감독이 전하는 어나 더 레코드에 대한 짧고 또 길 수도 있는 얘기를 전한다.
 
김종관 감독. 사진/seezn
 
김종관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영상이고 화법이며 흐름이다. 어떤 출발점에서 어나 더 레코드가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사실 내 기획은 아니다. ‘시즌에서 연출 의뢰가 왔다. 배우에 대한 다큐를 의뢰해 왔다. 난 다큐도 많이 즐기는 편이다. 심각하지 않고 가볍게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 주는 다큐도 선호한다. 근데 의뢰 받은 배우에 대한 다큐가 그렇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하는 창작의 과정 속 연장선에서 풀어갈 수 있는 틈이 보일 듯 했다. 그런 점에서 고민을 오래 하지 않고 제안을 받아 들였다.”
 
서촌에 대한 애정은 정말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공간에 배우 신세경이 있단 게 더 흥미로웠다.
다큐는 대상이 중요하다. 평소 신세경에 대한 매력과 호감이 분명히 있었다. 신세경을 만났을 때 배우로서 삶의 부분도 매력이 있었지만 삶의 가치와 일에 대한 부분 그리고 동시에 행복에 대한 부분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단 걸 발견했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누구나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었고, 여배우 신세경도 별반 다르지 않단 걸 느끼게 됐다. 행복을 위해서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사는 부분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밌는 얘기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 다큐에서 신세경이 주목 받고 신세경이 좀 더 부각돼야 한다란 점은 명확했을 것이다. 여배우를 활용하면서 그저 소비만 되지 않게 제작 과정에서 집중했던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우선 정해진 대본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배우 캐스팅이 가장 중요했는데, 그런 점에서 신세경은 정말 딱 들어 맞기도 했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 신세경은 정말 많은 본인의 생각을 털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며 궁금해 하는 질문들이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궁금함,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함. 그런게 너무 많은 사람이 신세경이었다. 그런 흐름을 따라가면 의외로 잘 풀릴 것이라 봤다.”
 
김종관 감독. 사진/seezn
 
사람만큼 어나 더 레코드에서 중요한 점이 공간이었다. 감독님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유독 이 공간에 대한 애착이 강하시다. 서촌을 거닐며 장소를 선정한 특별한 기준도 있나.
서촌은 굉장히 묘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곳에서 태어나 자란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 만큼 다른 곳에서 옮겨 온 이방인들도 많다. 이 공간이 갖고 있는 뭐랄까. 삶의 변곡점 같은 지점이 꽤 강하게 느껴진다. 신세경 배우를 통해 이 곳에서 사는 평범한 이웃의 생각과 내 생각 그리고 이걸 보시는 분들의 생각이 합쳐지는 지점이 있을 것 같다. 그걸 바라보고 듣고 떠올리고 싶었다. 그 안에서 삶의 가치가 무언지를 되짚어 보는 과정이 됐으면 했다. 그리고 장소 선정은 특별한 기준은 없었다. 그저 발걸음이 닿는 곳이 기준이랄까. 등장했던 한 카페는 실제로 촬영 중 잠시 쉬고자 들어가 커피 한 잔 하던 곳인데 조만간 폐업을 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성사된 곳이다.”
 
김종관의 얘기를 유독 좋아하는 관객들도 많지만 반대로 김종관의 얘기에는 큰 사건이 별로 없다. 그래서 관전 포인트를 잡지 못하는 관객들도 있다.
내 영화들이 거의 대부분 잔잔하긴 하다(웃음). 이번 어나 더 레코드에서 관전 포인트를 굳이 꼽자면 모든 면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난 신세경에게 집중을 했다. 서촌이란 공간 속에서 신세경이란 사람이 어떻게 적응하면서 나아가는지를 바라봤다. 그런 신세경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삶의 고민. 그 고민에서 시청자 본인의 삶의 기준이 좀 더 명확해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그게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김종관 감독. 사진/seezn
 
서촌과 신세경의 어나 더 레코드가 있다면 다른 공간 속 다른 사람의 어나 더 레코드도 가능할 것 같다. 시즌2를 넘어 계속 기록을 해 볼 기회가 온다면.
이런 작업이 내 본연의 작업인 극영화 창작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시즌2 등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 한 번 해보고 나니깐, 뭔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더 명확해진 것 같기는 하다. 배우들은 가면을 쓰고 얘기를 하는 사람들인데, 다큐에선 그 가면을 벗고 맨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좋은 배우 리스트가) 머리에 떠오르고 갖고 있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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