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본 김건희 주식계좌 "주가 띄우기용, 수익 낼 수 없어"
도이치모터스 2010년 1월 매매, 주가 띄우기 용도로 활용 추측
수익을 내기 위해 일임한 계좌라기엔 이상한 정황들 지적
2022-02-27 12:00:00 2022-02-27 12: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맡긴 신한증권 계좌는 주가를 띄우기 위한 작전 계좌여서 수익을 낼 수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건희 씨 측이 주장하는 주식전문가라는 이정필 씨에게 계좌와 자산을 일임했다면 선수들의 은어 표현인 ‘모찌’(수익을 나누는 계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통상적인 주가조작 패턴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고가에 사서 저가에 파는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는 주가 띄우기용 계좌로 수익을 내는 계좌는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뉴스토마토>는 과거 주가조작 관련 선수로 활동하던 이모씨를 만나 국민의 힘이 공개한 김건희 씨의 신한증권 계좌의 1월 한달 간 총 7거래일간의 거래 내역을 살펴본 결과 종가를 앞두고 고가에 매수하는 정황을 확인했다. 비정상적으로 당일 하루 동안에 싼 가격에 팔고 고가에 다시 매수하는 등 통정매매로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주가조작으로 활용되는 통정매매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과거 선수였던 이모씨의 분석이다.
 
통정매매는 주식매매 당사자가 부당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종목·물량·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 지속적인 거래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익명의 선수 이모씨는 “수익을 내야 하는 계좌라고 한다면 저가에 사서 고가로 파는 간단한 방법”이라면서 “김건희 씨 계좌의 매매패턴을 보면 수익을 내기보다는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고가매수, 통정매매 등의 흔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씨. 사진=뉴시스
그는 “장 마감 10여 분을 남겨두고 대규모 고가매수를 한 흔적이 많고, 싸게 다시 팔아버리고 다시 고가로 사는 등 그 계좌를 주가가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주가조작에 사용되는 패턴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호재를 앞두고 싼 가격에 매집한 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낸다. 아니면 통정매매와 같이 세력 내부자 간의 미리 가격을 정해놓고 서로 주식을 매매해 가격을 점차 올리는 방식도 이용된다.
 
반면 김건희씨의 계좌는 이와는 반대의 패턴이 나타났다. 익명의 관계자는 “김건희씨 계좌 이외에도 여러 계좌들을 위탁받아 매매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주주 요건 등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주식계좌를 여러 개로 쪼개지 않았나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계좌로는 수익을 낸 것으로 보이진 않아, 돈이 없는 사기꾼에 가까운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내역을 보면 장마감(당시 폐장시각 오후 3시)을 앞두고 고가로 매수하는 정황이 다수 나타났다. 예로 1월27일 2700원에 막판 매수물량이 나오자 당일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는 고가이자 종가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6일에도 마찬가지다. 또한, 2010년 1월28일 돌연 10만주를 팔았는데, 다시 이보다 높은 가격(2610원~2700원)에 사들였다.
 
이 같은 매매패턴에 대해 익명의 관계자는 “누군가 거래량이 없으니 물량을 달라고 했다거나, 아니면 다시 종가관리를 하기 위해 주가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도이치모터스(067990) 주가조작이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총 3년간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정필 씨가 거래를 주도한 첫 번째 시기, 이어서 다른 조작 세력인 김모 씨가 주포로 나선 두 번째 시기로 구분된다. 해당 신한증권계좌는 첫 번째 시기인 이씨가 계좌를 받아 거래한 내역으로 보여진다. 
 
검찰 측은 우회상장을 한 도이치모터스의 주가가 2009년 폭락하자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원금을 보장하기 위해 권 전 회장이 '선수' 이 씨에게 주가조작을 의뢰했다고 보고 있다. ‘계좌를 위탁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의 제안으로 김건희 씨가 ‘쩐(전)주’로 참여했고 차익을 얻었을 것이란 게 검찰이 의심하는 대목이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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