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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재개발 대어 '한남2구역' 14→21층 변경…"실현 가능할까?"
대우건설, 서울시 규제 해제 전제로 21층 증축안 제시
고도 제한 완화 계획 아직 없는 서울시
대우건설, 단순 아이디어라 설명…"호재 불발 포석 의문도"
지리적 여건·법령상으로도 쉽지 않아…현실화하면 추가 비용 집행 불가피
2022-10-25 06:00:00 2022-10-25 10:07:15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 블루칩으로 꼽히는 한남2구역을 두고 수주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입찰 참여사인 대우건설이 단지 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는 설계안을 두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우건설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근거로 서울시의 높이 규제 완화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대안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층수 제한 조치 완화가 현실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조합원과 정비시장을 호도할 여지가 있고, 고저차가 큰 일대 지리적 특성을 감안할 때 층고 상향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 규제 완화 가정한 제안이지만…"층고 제한 확정된 상태 아냐"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입찰에 참여하며 경미한 변경 범위 내의 대안설계와 함께 21층으로의 증축안이 담긴 '118 프로젝트(PROJECT)'를 별도로 내놨다.
 
118 프로젝트의 골자는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 축소와 높이 변화다. 대우건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원안설계의 'ㄷ', 'ㄹ', 'ㅁ'형 주동 배치를 전면 수정해 건폐율을 32%에서 23%로 낮추고, 최고 층수 14층인 원안설계 대비 7개 층이 상향된 21층으로 높이를 상향한다는 플랜을 제시했다.
 
대우의 이 같은 제안은 서울시가 올해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근거한다. 현재 2구역을 비롯한 한남뉴타운 일대는 남산 경관 보호를 위해 재정비 촉진계획에 따라 90m 높이 규제를 받고 있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일대가 유연하고 정성적인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을 적용받게 되고, 이에 따라 증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우건설 측 논리다.
 
118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단지 상태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만큼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울러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급적 건축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주택 정책을 전개하고 있어, 한남뉴타운 일대에서는 층고 제한 해제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심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 적용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만큼 서울시가 규제를 풀지 않거나 푼다 해도 시기가 늦춰진다면, 대우건설 제안의 실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고도 제한 완화가 풀릴지 여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한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도시정비 사업이라는 것이 설계 원안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남2구역도 원안대로 진행할 경우 스카이라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2040 계획안을 구상한 것으로 안다. 118 프로젝트는 이에 맞춰 건폐율을 줄이고, 경관을 개선하고, 환경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우건설, 단순 아이디어라 설명…"호재 불발 가정한 포석 의견도"
 
118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도 미묘하게 엇갈린다. 우선 서울시는 이번 대우건설의 118 프로젝트에 대해 대안설계가 아닌 특화설계(혁신설계)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부터 10% 이내의 경미한 변경 수준의 제안이 이뤄질 경우 대안설계로 규정하고, 이를 넘어선 다양한 설계안이 추가될 경우 특화설계로 간주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18 프로젝트의 경우 대안설계 내용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고 별도의 혁신설계로 들어온 사안"이라며 "대안설계는 정비계획 시공사 선정 기준에 따른 것으로, 경미한 변경 이내에서만 시공사들이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화설계는 사실 입찰 공고문이나 시공사 선정 기준에는 없는 말"이라며 "그렇다고 시공사들이 특화설계를 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다. 시공사들이 특화설계를 통해 다양한 제안에 나서도 기준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미하지 않은 설계 변경을 특화설계 범주에 넣을 경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대우건설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특화설계보다는 아이디어 차원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우건설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특화설계라 하면 조합의 입찰 지침을 벗어난 설계라 볼 수 있다"며 "118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고도제한 완화가 됐을 때를 대비해 설계를 완벽하게 마쳐놓은 한남2구역의 청사진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추가적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고도제한 완화가 불발됐을 때를 대비한 포석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에 대한 홍보로 수주에 성공했지만, 추후 그 호재의 실현이 불발됐을 때 조합원들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단순 아이디어라고 해명하는 것은 그만큼 규제 완화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홍보 방식이 맞는다면, 앞으로 시공사들이 너도나도 규제 제한이 풀린 가정안을 제시할 것이다. 시장 경쟁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이 조합 측에 118 프로젝트를 이행하겠다고 확약서를 발송한 점도 단순 아이디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은 이달 11일 118 프로젝트와 관련해 추가적인 사업 지연 없이 100%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조합에 전달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프로젝트의 100% 이행 보장을 강조한 점으로 미뤄볼 때 이 제안을 단순한 아이디어라 간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행정적 절차의 해제를 조건으로 제안을 낸다는 것은 시공사는 물론 조합 측면에서도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입찰 경쟁력만을 앞세운 설계 변경 폐단이 사라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지리적 여건과 법령상 이유로도 현실적으로 증축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남2구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한남2구역뿐만 아니라 한남뉴타운 자체가 이미 재정비촉진계획으로 높이, 용적률이 모두 규정돼 있다. 단순히 2구역만 따로 빼서 제한을 풀기 쉽지 않다"며 "지역 고저차도 심하다. 계획대로 맞아떨어져 층고를 높인다 해도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과 공기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자료는 대우건설이 제시한 '한남써밋' 조감도 모습. (자료=대우건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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