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묘역'으로 달려간 김경수…복권 없는 사면에도 '역할론'에 쏠리는 눈
신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남 예고…총선 앞두고 친문 구심점 역할에 촉각
2022-12-28 15:50:00 2022-12-28 15:50:00
28일 오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신년 특별사면으로 28일 출소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첫 일정으로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새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예고했다.
 
복권 없이 사면된 김 전 지사는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두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친문(친문재인) 구심점' 등 정치적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김 전 지사는 이날 0시 창원교도소에서 나와 봉하마을로 이동했다. 먼저 권양숙 여사를 찾아 인사하고 오전 10시경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헌화·분향했다. 너럭바위 앞에서는 두 번 절을 올렸다.
 
김 전 지사는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최고의 과제로 꼽았던 것이 국민통합이다. 대연정 제안까지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비난받고 등 돌림을 당하면서까지 추진했는데 결국은 실패했다"라며 "왜 국민통합을 위해 애를 썼는지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부든 개혁을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사상누각이란 모래 위 성처럼 되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갈망했던 국민통합이 꼭 이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방명록에도 "대통령님께서 왜 그렇게 시민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을 강조하셨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남아있는 저희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적었다.
 
28일 0시를 기해 사면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날 새벽 자신이 출소한 경남 창원교도소 앞에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등이 포함된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했다.(사진=뉴시스)
 
 
'들러리 사면'에 반발했던 김 전 지사는 이날 교도소 밖을 나서마자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오게 됐다"며 "개인적으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사면이) 국민통합을 위해서라고 (윤 대통령이) 말씀을 하시는데 통합은 이런 방식으로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훨씬 더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김 전 지사는 "우선 가족과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정리해서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방문 계획에 대해선 "새해가 됐으니 조만간 인사를 한번 가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김 전 지사는 지지자들과 함께 노 전 대통령 기념관 역할을 하는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둘러본 뒤 봉하마을을 떠났다. 수감 뒤 경남 자택을 처분한 김 전 지사는 서울에서 가족과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오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부인 김정순 씨와 함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치권은 '친문 적통'인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 '대체제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 대표는 '성남 FC 의혹'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불법 대선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복권 없이 사면된 만큼 피선거권이 제한됐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그는 2027년 12월27일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3년 총선과 2027년 대선 등에 출마할 수 없다. 아울러 대법원에서 인정된 여론 조작 혐의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사가 어떤 식으로든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를)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YTN 라디오에서 "당의 통합을 위해서 역할을 해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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