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이엔플러스, 금성축산진흥과 무자본 M&A의 흔적
이엔플러스, 경영권 어디로?…최대주주 지분 매각
금성축산진흥, 무자본M&A로 일부투자자 차익
바이오로그디바이스, 다섯배 급등 후 패대기
2023-02-16 06:00:00 2023-02-16 17:37:51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상장사들의 최대주주 변경이 너무도 쉽게 그리고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차전지 관련주로 주목받았던 이엔플러스(074610)는 최근 경영권이 ‘무주공산’이 됐습니다. 최대주주가 장내매도를 통해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대주주가 사라진 이엔플러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엔플러스의 사실상 지배주주였던 ‘금성축산진흥’은 과거에도 수차례 무자본 M&A로 도마에 오른 바 있습니다.
 
최대주주 지분매각…대주주 없는 상장사
 
(표=뉴스토마토)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엔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에이팀하모니제1호사모투자’는 지난 2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 62만2000주(1.58%)를 장내 매도했습니다. 이엔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에이팀하모니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은 5.90%에 불과했는데요. 이번 장내매도로 지분은 4.32%까지 하락. ‘5%룰’(주식 대량보유 보고)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사실상 지배주주로써 지분공시 의무는 남았지만, 그간 발행됐던 전환사채(CB) 등이 타 사모펀드에 매각돼 최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의무는 사라집니다.
 
이엔플러스의 최대주주는 지난 2021년부터 2년여 동안 총 5차례나 변경됐습니다. 지난 2017년 오이스티아이가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된 이후 이어진 장외매도로 지분율이 줄었습니다. 재작년 에이팀하모니가 주식매매계약체결을 통해 지분 5.90%(314만주)를 취득한 이후에는 지배구조조차 오락가락했습니다.
 
불안한 지분구조는 회사 경영에 차질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이 없다 보니 자금조달은 물론 경영권 분쟁에 체력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의 정상화는 요원해집니다. 적대적M&A나 무자본M&A의 타깃이 되기도 쉽습니다.
 
현재 이엔플러스의 주요주주는 사실상 없는 상황. 기존에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삼다감귤영농조합법인의 임권일씨도 작년 11월 모든 보유주식을 장내에 매도했습니다. 각각 삼다감귤영농조합과 초록원을 대상으로한 70억원 규모의 CB가 모두 발행될 경우 임권일씨가 사실상 지배주주에 오를 예정인데요. 작년 10월부터 수개월째 자금납입이 지연된 데다, 앞서 지분을 모두 매각했던 만큼 자금납입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엔플러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 중 지분공시 의무가 있는 곳은 143억원 규모의 CB(전환가액 3400원 기준 6.63%)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채권자산운용이 유일합니다. 이밖에 ‘이브이디벨로먼트’(1·2호), ‘제이와이투자조합’ 등이 CB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정점' 금성축산진흥, 수차례 무자본M&A 입방아
 
불안한 지분구조에 일각에선 이엔플러스가 무자본M&A 세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에이팀하모니는 금성축산진흥이라는 비상장사가 지분 74.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엔플러스의 정점에 금성축산진흥이 있는 셈이죠.
 
금성축산진흥은 이엔플러스를 비롯해 아이엠, 세원이엔씨 등 다양한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과거부터 무자본M&A 의혹을 여러 차례 받아왔습니다.
 
지난 2021년 바이오로그디바이스(208710) 인수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이재선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전 대표는 690만5096주(23.92%)를 총 181억원 규모에 내왔는데요. 금성축산진흥과 대부업체 등이 인수했죠. 금성축산진흥이 120억원을 들여 420만주를 인수했고 케이원홀딩스, 케이원컨설팅앤대부는 60억원에 나머지 주식 270만5096주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금성축산진흥이 마련한 인수대금은 모두 차입금이었습니다. 서울 명동에 소재한 건물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했죠. 당시 인수를 지원했던 케이원홀딩스와 케이원컨설팅앤대부가 확보한 주식은 각각 135만2548주(4.68%) 5%룰 공시를 벗어나 언제든 자유롭게 매도가 가능했습니다.
 
금성축산진흥이 인수한 이후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2021년 2월 1500원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같은 해 8월 7120원까지 오르며 5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당시 상승 재료는 비강 코로나19 예방제 ‘코빅실’. 금성축산진흥이 바이오로그디바이스를 인수할 당시 주당 매입가는 2617원입니다. 케이원홀딩스, 케이원컨설팅앤대부가 고점에서 보유주식을 매도했다면 122억원 가량의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종가 기준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주가는 992원에 불과합니다.
 
금성축산진흥은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를 통해 아이엠(101390)의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 지분 인수에도 모든 자금은 차입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자회사 바이오로그디바이스로부터 24억원을 차입했고, 부동산담도대출 등으로 나머지 26억원을 마련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성축산과 함께 등장한 임권일씨…고점매도로 130억 챙겨
 
이엔플러스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금성축산진흥이 있습니다. 금성축산진흥이 에이팀하모니를 통해 이엔플러스의 지분을 인수할 당시 등장한 인물이 삼다감귤영농조합의 임권일씨입니다.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매입했죠.
 
에이팀하모니와 임권일씨가 지분을 매입한 이후 이엔플러스는 2차전지와 리튬 등을 재료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임권일씨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던 작년 6월 2700원선에서 거래되던 이엔플러스는 작년 12월 7680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기록했죠. 이 기간 임권일씨는 보유하고 있던 모든 지분을 장내에 매도. 160억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죠.
 
주목할 점은 이엔플러스가 2차전지 공장 개발로 주가가 급등할 당시 투자금 납입을 약속한 인물 역시 임권일씨라는 점입니다. 당시 이엔플러스는 공장부지 개발 등을 위해 삼다영농조합법인과 초록원, 테라에셋 등 3개 법인을 통해 3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할 계획이었습니다. 이들 3개 법인의 실질적인 주인이 고점에 주식을 매도한 임권일씨. 작년 10월 계획된 자금조달은 올해 2월까지도 완료되지 못했습니다.
 
금성축산진흥은 지난해 이엔플러스에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는데요. 이엔플러스 지분을 인수할 때 들어간 자금은 이엔플러스를 통해 다시 돌려받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엔플러스가 무자본M&A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A 시장에선 주식담보대출과 중개수수료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무자본M&A의 경우 담보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주가를 방어해야 하고 향후 차익까지 챙기려면 주가 상승을 유도해야한다”며 “무자본M&A 세력의 먹잇감이 된 회사의 피해는 결국 일반 투자자들이 보게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무자본 M&A와 관련한 질의를 하기 위해 이엔플러스에 연락을 취했지만, 이엔플러스 관계자는 "IR담당자가 출장 중이라 당장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엔플러스 신소재 공장 준공식. (사진=이엔플러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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