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 진입 문턱 낮춘다…'지방→시중' 전환 허용
금융당국, 은행권 제도 개선 방안 발표
신규 플레이어 투입해 '경합 구도'로
저축은행 '지방은행 전환'…인터넷은행 신규인가 추진
2023-07-05 14:38:48 2023-07-05 18:13:56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는 등 언제든지 '메기'의 출현이 가능토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당국은 은행권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는 판단 아래 지난 2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해왔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TF작업의 핵심은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 도입"이라며 "우리 은행산업이 경쟁이 제한된 산업의 특성을 기반으로 손쉽게 수익을 내면서 대한민국 경제 위상에 걸맞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전하기 위한 변화 노력은 부족하다는 국민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 다각적인 면에서 경쟁 촉진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를 투입하는 것입니다. 지난  30여년동안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제외하곤 은행에 대한 새로운 인가가 없었던 만큼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정책을 오픈 포지션으로 전환했습니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에서 인가 기업 수 등 방침을 먼저 발표한 뒤 신규 인가 신청과 심사를 진행했다면 앞으론 건전성과 실현 가능한 사업 계획을 갖고 있다면 언제든지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겁니다.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저축은행·지방은행·외국계 은행의 규제도 완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범위가 확대되고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 구역 제한없이 4개사까지 인수가 허용됩니다.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모두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50%로 일원화하고 외은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를 개선해 기업들의 대출 선택권을 확대하고 금리 인하도 유도하는데요,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신규 플레이어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외국계 은행 원화 예대율 규제가 완화되고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 업무 범위 확대 등 금융회사와 IT 간 협업 강화도 추진합니다.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예금중개 서비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간 예적금과 대출 금리 경쟁도 촉진합니다. 
 
다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계기로 소규모 특화 전문은행 도입과 스몰라이선스 도입은 발표안에 포함되지 않은 채 미뤄졌습니다.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수신 및 지급 결제 부문에서 경쟁을 촉진하자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뤄졌습니다. 금융회사의 유동성 및 건전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감독 강화 방안 등을 한국은행, 관련 업권과 검토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은행권 금리와 성과급 체계도 개편합니다. 시장금리 변동이 대부분 차주에게 전가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신잔액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 대출 상품을 하반기 내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또 변동금리가 대부분인 주담대 시장에 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고 대출금리 조정 속도에 대한 관리와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비이자이익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투자자문업과 신탁업 제도 개선을 통해 은행의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하고 벤처 투자 및 해외 진출 확대 등도 추진합니다.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이 지속되면서 국민 대출이자 부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에서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과 관련해선 지배구조법 개정 등을 통해 임원 성과보수체계를 개선해 성과급 조정 및 환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김주현 위원장은 "금융지주는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지만 지금까지 업무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되고 계열사간 데이터 활용이나 업무위탁도 제한됐다"며 "금융지주회사제도 및 부수업무 제도 개선 등 금융혁신 노력, 은행업 경쟁 촉진 방안 등이 조화롭게 추진되면 우리 금융산업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습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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