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사태 전말)①누가 방아쇠를 당겼나
다우데이타 매매내역 분석…폭락 만든 주범 따로있어
블록딜이 문제라면 8종목 동시 급락 설명 안돼
2023-07-17 02:00:00 2023-07-17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에 관한 수사가 한창입니다. 검찰은 이들을 범죄단체에 준하는 기업형 시세 조종 조직으로 규정했는데요. 하지만 라덕연은 계속해서 논란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비난의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이번 사태를 촉발한 다른 누군가가 있을까요?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짚어가며 논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편집자주>
 
지난 4월 주가 폭락 사태를 불러온 라덕연 일당의 작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특히 이들의 시세조종에 연관된 8개 종목 중 유독 다우데이타(032190)가 논란인데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블록딜이 동반 폭락을 불러왔다는 라덕연의 주장 때문입니다.
 
하지만 <뉴스토마토>가 폭락 당일 다우데이타의 매매창구를 분석한 결과 블록딜로 인해 폭락이 일어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보다는 다른 증권사에서 쏟아진 매물로 인해 주가가 폭락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으로 판단됩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 4월20일 장마감 후 다우데이타 보유주식 1021만주(26.66%) 중 140만주(3.65%)를 시간외거래로 매도했습니다. 1주당 가격은 이날 종가에서 7% 할인한 4만3245원으로 매도대금은 총 605억원입니다. 
 
거래를 중개한 곳은 모건스탠리이며 주식을 받아간 곳은 외국계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다수의 기관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매수 주체를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블록딜 주식을 할인가격에 인수해 시장에서 소화, 차익을 얻는 거래는 헤지펀드들이 애용하는 투자법입니다. 일반적으로 10% 할인율이 적용되는데 이 거래는 우량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보다 낮은 7%가 적용됐습니다. 김 전 회장 측은 오후 5시10분 블록딜이 체결된 지 5분 만에 해당 사실을 공시했습니다.
 
1·2차 VI 만든 매물, 타 증권사에서 출회
 
다음날인 21일 실제로 모건스탠리 창구를 통해 15만주 가량이 순매도됐습니다. 그럼에도 이날 다우데이타의 주식거래량이 120만주를 넘었으니 주가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주말을 넘기고 맞은 월요일, 24일부터 시작됩니다. 이날 다우데이타는 개장 3분만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급락세로 돌변해 9시17분 1차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됐습니다. 이어 9시21분엔 2차로 동적VI가 발동됐고, 9시24분 정적·동적VI가 함께 발령됐습니다. 정적VI는 주가가 직전 단일가격보다 10% 오르거나 떨어질 때 발령되고, 동적VI는 특정 호가 주문으로 6% 이상 주가가 움직였을 때 나옵니다.
 
따라서 이날 다우데이타의 주가를 끌어내린 주문은 1차와 2차 VI를 만든 매물이라고 지목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대 다우데이타 매도 창구에는 모건스탠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개장 직후 많은 매도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한 창구는 미래에셋증권, UBS,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입니다. 당일 모건스탠리를 통해 출회된 매도 물량은 총 1만6501주로, 전체 거래량 107만1808주 대비 1.5%에 불과합니다. 키움증권발 반대매매는 3차 VI발동 직전에 등장합니다. 이미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한 상태에서 키움증권과 SG증권 등 타 증권사들이 CFD 반대매매를 본격적으로 쏟아낸 셈이죠.
 
블록딜을 주관한 모건스탠리 창구는 오히려 24~26일 폭락 때 다우데이타 주식을 58만주 순매수했습니다. 27일부터 사흘간 56만주 순매도가 나왔는데 블록딜 주식을 가져간 기관이 일부 로스컷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다우데이타의 급락을 만든 것은 개장 직후부터 9시23분까지 주식을 던진 누군가일 텐데 그게 김 전 회장이 넘긴 주식에서 비롯됐다고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블록딜이 원인인데 8종목 동시간에 폭락?
 
모건스탠리로 입고된 블록딜 주식이 다른 증권사 계좌로 옮겨져 출회됐을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실물주식을 출고해 주고받는 거래는 2019년 9월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블록딜도 일반 주식거래와 똑같이 전산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D+2일’ 결제제도가 적용됩니다. 다른 증권사 계좌로 옮기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이날 동반추락한 이른바 ‘라덕연 8종목’은 거의 동시간에 다우데이타와 같은 패턴으로 급락했습니다. 다우데이타의 하락이 다른 7개 종목의 하락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같은 시간에 8개 종목의 주식을 던졌다는 뜻입니다. 
 
라덕연 일당은 김 전 회장이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고 주장하지만, 주가 하락 기간과 그 전후로 다우데이타의 공매도 거래가 크게 증가하거나 청산된 특징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블록딜 주식을 가져간 쪽에서 김 전 회장에게 거래대금을 주지 않았을 거란 주장도 605억원 입금내역이 찍힌 24일자 거래명세서가 공개되면서 해소됐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번에 논란이 된 8종목 중 대주주가 주식을 매도한 경우는 김 전 회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8종목 중 하나인 서울도시가스(017390) 김영민 회장은 김 전 회장보다 먼저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김 회장은 2021년 1월 이후 꾸준히 보유주식을 조금씩 내다 파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우데이타 블록딜 사흘 전인 4월17일에 갑자기 10만주를 매도합니다. 지분율 2%에 해당하는 수량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은 김 전 회장에게만 쏠려 있습니다. 키움증권 그룹의 수장이라서 그렇겠지만, 라덕연 일당의 노림수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주가 폭락 나흘만인 4월28일 금융위원회, 금감원과 합동수사팀 꾸려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5월24일엔 키움증권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동반 폭락 사태를 야기한 주체가 누구인지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김 전 회장의 블록딜이 문제였다면 어렵지 않게 사실 확인이 가능할 겁니다. 폭락 당시의 매매 내역으로 미루어 볼 때 김 전 회장과 키움증권 측이 억울해 할 만한 상황입니다.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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