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순시 약발, 카드론엔 무용지물
카드론 금리 14%대 요지부동
"취약차주 대출 축소 우려"
대환대출 통해 인하 경쟁 유도
여전채 올라 금리 인상 불가피
2023-07-17 08:00:00 2023-07-17 08:17:58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금융사들은 이른바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기 바쁜데요. 상생금융이란 금융사가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데 일조해달라는 뜻입니다. 이 원장이 최근 카드사 본사를 잇달아 방문하고 있습니다만 중·저신용자 사이에서 '최후 보루'라고 여겨지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32%입니다. 이들 업체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자금시장 경색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올해 1월 각각 15.07%, 15.01%로 15%대를 기록했는데요. 이후에는 조달 금리가 안정화하며 2월 14.24%, 3월 13.99%, 4월 13.88%로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다시 14%대로 올라섰습니다.
 
카드론은 은행 대출 대비 대출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고금리인데도 불구하고 급전 창구로 활용되는데요.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5~11%대로 취급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카드론 금리는 높은 수준인데요.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과 인터넷은행(토스·카카오·케이뱅크)의 가계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23~7.79%로 집계됐습니다.
 
눈 여겨 볼 점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카드사 방문에도 카드론 금리가 요지부동입니다. 앞서 4대 시중은행은 이 원장의 영업점 방문 시점에 맞춰 대출금리 인하 등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파격적으로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를 일제히 내렸는데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열린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금 전달식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자체 수신 기능이 있는 은행과 달리 자금조달을 여신금융채권 발행에 의존하는 카드사들은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지면 '역마진'을 막기 위해 대손비용이 높은 저신용자 대상 카드론 취급을 축소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신용자의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실 위험과 역마진 우려 등으로 저신용 대출 취급을 축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대신 카드사의 대환대출 인프라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할 경우 카드사간의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고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입니다.
 
현재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중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 대환대출 플랫폼에 입점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카드론 금리는 대환대출과 관계없이 높게 유지될 전망입니다. 카드사의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오르는 탓입니다. .
 
지난 13일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4.289%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0일엔는 4.468%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여전채 금리는 3월 들어 연 3%대 후반대로 하향 안정화됐지만 5월 말부터 조금씩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4%대를 넘어섰고 현재까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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