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에어부산 따로 매각할까…영구채 해결 없으면 부담 '눈덩이'
아시아나항공 보유 1100억원 영구채, 이자부담만 113억원
2천억원 인수자금은 지분인수만 고려…재무개선 어려울 전망
2023-12-18 06:00:00 2023-12-18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4일 16:3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최근 부산지역 정·재계를 중심으로 에어부산(298690) 분리 매각 요구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인수주체로 거론되는 부산 지역 기업들이 이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에어부산 지분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보유하고 있는 1100억원 규모의 에어부산 영구채까지 함께 인수하지 못할 경우 이자 부담이 높아 에어부산의 재무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에어부산)
 
영구채 인수 없으면 재무부담 가중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정·재계가 강석훈 산업은행장에게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청은 지역 거점 항공사를 존치 시키기 위한 부산지역 정·재계의 여론에 따른 것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1.89%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진행되면서 양 사가 합병될 경우 에어부산도 대한항공 계열 산하로 편입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장차 양사 합병 후 산하 저가항공사(LCC)들을 통합한 통합 LCC를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양 사의 합병이 완료될 경우 에어부산이 통합 LCC에 편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부산지역 재계는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부산지역 재계는 지역 건설사인 동일을 최대주주로 20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금액은 부산지역 재계가 영구채 등 다른 인수 사항은 고려 않고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 인수만 고려한 금액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주식 4886만3143주를 보유하고 있다. 14일 종가 기준으로 총 1505억원 수준이다. 이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806억원 수준이 인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지역 재계가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만 인수할 경우 향후 지역 거점 항공사 존치라는 목적은 이루지만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각각 에어부산의 2, 3, 4회 영구전환사채(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영구채의 규모는 총 1100억원으로, 해당 영구채의 이자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기 때문에(스탭업) 영구채 문제를 인수 과정에서 해결하지 않을 경우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
 
 
실제 2회 영구채(2020년 6월30일 발행)는 최초 이자율 7.2%에 발행일로부터 2년 후 최초 이자율에 2.5%포인트 추가 이자와 조정금리가 붙고, 발행 3년 후부터는 매 1년마다 직전 이자율에서 0.5%가 가산된다. 최초 발행 이후 이미 3년이 넘었다는 점에서 현재 2회 영구채 금리는 10%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3회(2021년 3월24일 발행)와 4회(2021년 6월24일 발행) 영구채도 최초 이자율 7.2%에서 2년 후 2.5%포인트 가산, 발행 5년 후 1년마다 0.5%포인트 가산된다.
 
현재 에어부산이 부담하는 연간 영구채 이자는 현재 113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올해 3분기 에어부산의 누적 영업이익(1250억원)의 9%에 달한다. 아울러 매년 이자 부담이 5억5천만원씩 늘어나기 때문에 인수 과정에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 후 에어부산의 영구채 부담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2, 3, 4회 영구채는 발행 후 2년부터 콜옵션(조기상환권)이 행사 가능한 조건이라 2023년 12월 현재 조기상환권 행사도 가능한 상황이다.
 
인수 후 재무안정화 체력 의문
 
에어부산 인수를 추진하는 부산 지역 기업들의 재무체력도 우려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 지분 인수에서 지역 건설사인 동일이 가장 많은 인수자금을 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세운철강, 서원홀딩스 등 지역 기업이 인수 자금을 각각 부담하며, 부산은행이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대로라면 부산은행은 향후 에어부산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포함)은 2096억원, 세운철강은 45억원, 서원홀딩스는 432억원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금 출자 비율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으로, 일부 기업들은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향후 주주로서 에어부산의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 가능성도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주주로 나선 기업들의 현금성자산 규모를 봤을 때 향후 부담까지 소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편 항공업계는 부산지역 기업들의 에어부산 인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당초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계약에서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모두 포함해 합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항공 측은 에어부산에 합병을 전제로 아시아나항공에 인수 계약금을 지급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결단이 있다면 에어부산만 따로 떼서 매각할 수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합병 과정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돌연 계약을 바꿀 수 있는 큰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IB토마토>는 동일 측에 향후 자금 마련책 및 영구채 인수 가능성 등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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