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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투톱, 제주 4·3 패싱…윤, 이번엔 '추념사'마저 생략
윤 대통령, 당선인 때만 참석…한동훈, 추념식 대신 총선 지원유세
2024-04-03 18:02:49 2024-04-03 18:35:13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여권의 '투톱'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제주 4·3 추념식에 끝내 불참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추념사마저 생략했습니다. 지난해 제주 4·3 추념식 땐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여당 대표, 2년 연속 불참
 
윤 대통령의 제주 4·3에 대한 참여도는 지속적으로 후퇴했습니다. 지난 2022년 대통령 당선인일 때는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직접 읽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취임 후 첫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한 총리가 추념사를 대독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2년 연속 불참하면서 추념사조차 내지 않은 겁니다. 한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하지 않고, 한 총리 본인 명의의 추념사를 읽었습니다.
 
한 총리는 이날 추념사를 통해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제주도민의 뜻을 받들어 4·3 사건이 '화해와 상생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와 같은 추념사 논란은 없었지만, 진전된 내용도 없었습니다. 여권 일각에선 "지난해와 같은 잡음이 없는 게 다행"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실제 지난해 당시 윤 대통령은 불참한 사실뿐 아니라 추념사를 가지고도 구설수에 오른 바 있는데요. 윤 대통령은 "제주를 문화 관광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겠다"라며 "IT 기업과 반도체 설계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가 추념식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한 내용이 들어갔다고 지적받았습니다.
 
여기에 추념사 전체 분량도 800자대로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었기 때문에, 문화 관광 지역, 디지털 기업 등의 키워드 등 정작 4·3과 관련 없는 내용이 추념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비판도 더해졌습니다.
 
아울러 희생자·유가족의 명예 회복을 담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희생자·유가족에 대한 일각의 폄훼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충주 성서 차없는 거리 공연장 인근에서 이종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국힘, 4·3 학살 후예"…한동훈 "'일베 출신', 제주 아픔 이용"
 
여당 대표의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한 위원장이 올해 참석하지 않은 데다, 지난해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 역시 추념식을 패싱했습니다. 결국 여당 대표가 2년 연속 불참한 겁니다. 대신 지난해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가 불참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참석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평화공원으로 향하는 대신에 총선 지원유세를 떠났습니다. 이날 잡힌 한 위원장의 지원유세 일정은 충청권과 강원·경기도의 '텃밭' 및 격전지 위주였는데요. 이 중에서 충청권 지역구들이 오전에 배치됐습니다. 추념식이 열린 오전 10시쯤에는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거리를 방문했고 이후 제천중앙시장 일정도 수행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이후 언론 대상 공지를 통해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지금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만 했습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추념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제주 4·3 학살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바로 국민의힘"이라며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한 점에 대해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강원 춘천시에서 "이 대표는 본인도 인정하다시피 일베 출신"이라며 "이 대표 같은 분이야말로 제주의, 역사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해왔지 실제로 그 아픔을 보듬기 위해서 행동한 것은 없다"고 연설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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