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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서버 보관 정보로 별건 수사…대법 "위법"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능력 인정 안돼"…기존 판례 재확인
2024-04-26 16:53:45 2024-04-26 16:53:45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대검찰청 서버(디넷·D-Net)에 보관해두고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습니다.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까지 디넷에 통째로 보관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미 확립된 판례의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입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16일 부정청탁금지법·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검찰수사서기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 수사서기관이었던 A씨는 2018년 원주시청 국장급 공무원 B씨로부터 "수사를 지연시켜 달라"는 부정청탁을 받고 주요 수사 단서와 구속영장 청구 계획 등 수사기관 내부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문제는 검찰이 애초 B씨의 다른 혐의를 수사하다가 A씨의 범행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검찰은 B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디넷에 저장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관련 정보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A씨와 B씨 사이 청탁 관련 통화 녹음 파일을 발견했습니다.
 
검찰은 이후 영장없이 약 3개월간 해당 파일을 대검찰청 서버에 그대로 저장한 채로 보관하면서 이를 탐색·복제·출력해 A씨 혐의 관련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검찰은 두번째, 세번째 영장을 집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파일을 기초로 증거를 수집하다가 세번째 영장을 발부받은 시점으로부터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 세번째 영장을 집행해 디넷에 저장돼 있는 녹음파일을 압수했습니다.
 
대법 "당연히 삭제됐어야 할 정보…위법"
 
1심과 2심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유관 정보를 선별해 압수한 후에도 무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다면,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 해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하더라도 이는 압수수색 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당연히 삭제·폐기됐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디넷에 무관 정보를 계속 보관하면서 영장 없이 취득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2차적 증거도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 종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검 "당시 등록·폐기절차 규정 없었다…현재 엄격 통제 중"
 
한편 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22년 이후 확립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디넷에 보관된 전부이미지(유관+무관)는 '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검은 "선별절차 완료 후 디넷에 저장된 전부이미지를 재탐색해 제2의 범죄혐의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다"라며 "2018년 12월 휴대전화를 압수한 후 전부이미지 파일을 디넷에 등록했고, 이후 수사팀이 탐색, 선별 작업을 진행하던 중 제2의 범죄 혐의 관련 정보를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는 전부이미지(유관+무관), 선별이미지(유관)에 대한 등록 및 폐기 절차가 구체적, 개별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현재는 유관정보 탐색·선별을 종료한 후 디지털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전부이미지를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선별절차까지 종료된 이후부터는 전부이미지에 접근할 수 없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주 사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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