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에 기준금리 동결…뒤로 밀리는 인하 시점
소비자물가 2%대 안착 불투명
성장률 전망 상향…인하 명분 떨어져
"연내 한차례 내리거나 해 넘길수도"
2024-05-23 11:10:37 2024-05-23 12:16:1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행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대에 안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환율·가계부채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 연 3.5%를 조정 없이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이후 1년4개월째 최장기간 동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통화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습니다.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치솟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최근 환율 흐름 역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이 발생한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고,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6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최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인하 지연을 시사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연 5.25~5.50%)의 기준금리 차이가 사상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져 있습니다. 먼저 금리를 내려 금리 격차를 벌리면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한은의 독자적인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1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3%로 예상을 웃돌았다는 점도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줄이고 있습니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이 호조세를 보인 데 따라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전망보다 0.4%포인트 높인 2.5%로 제시했습니다.
 
시장은 한 달 전만 해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7~8월로 지목했으나 현재 대다수 전문가와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10월 첫 금리 인하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안재균 연구위원은 "한은 인하 예상 시점을 10월로 옮기고, 연내 2번 정도로 봤던 인하 횟수도 1번으로 줄였다"며 "유가가 오르는데, 성장은 IT 중심으로 회복 중이니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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