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안정적'이라지만…성장 격차 '발목'
성장세 약화 국들과 달리 미국만 '견조한 성장'
한국, 내수 회복력 강화 절실…금리 인하 안갯속
주요국 성장 돌파구, AI 등 디지털 전환 고삐
"우리나라는 일자리 위협 등 부정적 요인 큰 구조"
2024-06-12 17:29:22 2024-06-12 17:29:2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올해 세계 경제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주요국 간 성장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투자·수출' 저조, '소비·수출' 둔화를 맞고 있는 유로존, 일본 등의 성장세 약화 국들과 달리 미국만 기대 이상의 견조한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수출과 내수 경기 간 격차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주요국들은 성장 돌파구로 인공지능(AI) 기술 등 산업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로서는 일자리 위협 등 부정적 요인이 큰 만큼 고용노동정책, 교육·훈련 정책, 사회보장정책의 쓰리 트랙(Three-Track) 해법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12일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전월보다 3만8000명(0.8%) 증가한 반면 도매 및 소매업은 7만3000명(-2.2%) 줄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성장 격차…고용 희비
 
12일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수출 호조 등의 요인으로 제조업 취업자는 전월보다 3만8000명(0.8%) 증가했습니다. 반면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도매 및 소매업은 7만3000명(-2.2%) 줄었습니다.
 
수출과 내수 경기 간 격차가 고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6%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다만 주요국 간 성장 격차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 고용 희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요국 중 성장률 전망이 어두운 곳은 유로 지역 경제입니다. 투자·수출·소비 둔화로 올해 0.7%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소비·수출 둔화로 1월 전망치보다 0.2% 포인트 낮췄습니다. 신흥시장·개발도상국도 0.2%포인트 하향했습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5.1%보다 0.3%포인트 내려 잡았습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의 안정적 전망은 사실상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가 반영된 영향이 큽니다. 미국은 지난 1월 전망보다 0.9%포인트 대폭 올린 2.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미국의 호조세는 고용 서프라이즈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 노동부가 밝힌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를 보면 전월보다 27만2000개 급증했습니다. 4월 증가 폭인 16만5000개와 시장 예상치 19만개를 훨씬 뛰어넘은 수준입니다.
 
수출에 비해 소비가 부진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8% 증가한 민간소비가 올해는 1.7% 증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24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를 보면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실질 구매력 회복세가 더뎌 가계의 소비 심리 개선이 빠르지 않다는 진단입니다.
 
내수 회복력 강화를 위해서는 유연한 통화정책 기조로 전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나 미국의 깜짝 고용시장이 금리인하에 찬물을 붓고 있어 인하 시점은 안갯속에 빠진 격입니다.
 
1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정책연구 브리핑에 따르면 한국은 디지털 전환의 긍정적, 부정적인 효과 모두 고숙련 노동자에게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다. (출처=KIEP)
 
급속한 디지털 전환·산업재편…노동자 위협
 
"급속한 디지털 전환과 산업구조 재편으로 전 세계 노동시장은 대전환의 분기점을 맞이했습니다."
 
이는 '제112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한국 경영계 대표로 연설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발언입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정책연구 브리핑을 보면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원동력이 최근 침체된 선진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모든 경제 주체에 이롭지 않다는 점과 생성형 AI 기술의 등장은 많은 노동자에게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KIEP의 분석을 보면 미국·독일에서 디지털 전환과 고용의 부정적인 관계는 중·저 숙련 노동자에게서, 긍정적인 관계는 고숙련 노동자에게서 더 두드러진 특성을 보였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디지털 전환의 긍정적, 부정적인 효과 모두 고숙련 노동자에게 집중됐습니다.
 
그럼에도 디지털 전환 진전은 특정한 직업·업무가 점차 사라지는 반면, 새로운 직업·업무가 생겨나는 고용구조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KIEP의 설명입니다. 
 
나승권 KIEP 지속가능발전연구팀 선임연구원은 "각국의 정부도 전환기 대응을 위해 고용노동정책, 교육·훈련 정책, 사회보장정책을 도입·시행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피해를 보는 대상은 고숙련이 아닌 중·저숙련 노동자일 확률이 높아 재숙련뿐만 아니라 숙련 향상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고용노동정책 수립에 있어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외에 최저임금제도, 사회복지제도 등 다양한 분야의 제도 개혁이 따라줘야 한다"며 "수출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국제사회와 선진국의 노동정책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할 필요가 있다. 국가 간 혹은 국제기구와의 논의 채널을 적극적으로 구축 및 활용해 적극적으로 노동정책을 개혁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12일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전월보다 3만8000명(0.8%) 증가한 반면 도매 및 소매업은 7만3000명(-2.2%) 줄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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