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껐지만, 삼성전자 '노조리스크' 불씨
전삼노, 게릴라식 기습 파업 예고
사무직노조와 통합 및 시민단체 연대로 몸집 키우기
2024-08-05 15:52:14 2024-08-05 15:54:39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5일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지난달 8일 총파업에 돌입한지 25일 만입니다. 노사 갈등의 핵심이었던 임금협상 타결이 불발되면서 노조가 장기전을 예고한 만큼, 삼성전자의 노조리스크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재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날까지 현업에 복귀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삼노는 이날 오후 사무직노조(1노조)를 흡수하는 형태로 통합식을 열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4노조였던 전삼노는 1노조가 됩니다. 순위는 노조 창립 순서로 결정되기 때문에 교섭과는 관련성이 없습니다. 다만 추후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확보할 때 최대 규모 노조로서 상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사무직노조(1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2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3노조) △전삼노(4노조)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5노조·옛 DX노조) 등 5개 복수 노조 체제로 구성돼있습니다. 
 
전삼노는 이날까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보장받습니다. 6일부터 1개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를 진행해야 합니다.
 
앞서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지난 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사측은 총파업을 견딜 수 있다, 버틸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럼 저희는 더 큰 투쟁으로 가야 한다"며 "국회나 (우리를) 지지하고 있는 단체를 동원해 사회 이슈화를 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새로 교섭권을 얻어야 하는 (3∼4개월) 기간 중 잠시 파업권을 잃을 뿐, 이후 다시 교섭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전삼노가 무기한 파업은 접었지만, 업무 복귀 후 게릴라식 기습 파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어서 노사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전삼노는 정당,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를 통해 몸집을 키우겠다는 입장입니다. 전삼노는 당초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과의 연대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었으나, 일정 조율 과정에서 순연했습니다.
 
전삼노가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전삼노는 현재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소속이지만 최근 민노총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강성 노조로 기울 가능성이 흘러나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지만, 장기화하는 노조리스크로 고심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43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62.29% 증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습니다. 하지만  전삼노가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를 통해 부분 파업을 예고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이 회사의 경쟁력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경기 기흥캠퍼스에서 사측과 임금 인상,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교섭에 돌입했지만 최종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전삼노는 평균 임금인상률 5.6%,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만능론에 갇혀 내부 경쟁력을 제고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풀어갈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AI시장이 급속 성장하면서 고부가 메모리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연달아 부진한 실적을 기록히면서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AI 거품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실적 발표 다음 날인 1일 사내 게시판에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 점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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