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괴물)①'증오·혐오' 부추기는 유튜버…민주주의 좀 먹는 '무법지대'
'언론권력 대체' 새 문화 트렌드…문제는 "비판·견제 없는 일방적 발언 범람"
2024-08-21 18:00:00 2024-08-22 10:52:1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가는 곳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셀카봉을 높이 들고 현장을 중계하는 유튜버들입니다. 이 대표의 단식 현장에도, 이 대표의 총선 유세 현장에도, 이 대표의 연임이 확정됐던 지난 전당대회 현장에도 어김없이 유튜버들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올해 초 이 대표가 부산 일정 중 피습을 당했을 때도 유튜버의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식 외부 일정에는 항상 십여명의 유튜버들이 따라붙는다. 사진은 올해 초 이 대표가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달하는 유튜버는 비단 민주당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주변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총선 기간 중에는 한 대표와 일부 의원들의 비공식 일정이었던 식사 현장이 이 유튜브로 중계되기도 했고요. 지난달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유튜버 간 몸싸움으로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전성시대'가 정치와 만나면서 나타난 진풍경인 셈입니다. 
 
3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성남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유튜버가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이다' 발언에 열광…극단적 편향성은 '독'
 
유튜브는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 텍스트나 이미지 중심의 기존 소통 채널보다 실시간·양방향성이 극대화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진보·보수 색채가 명확한 정치 영역에서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항상 연결돼 있다는 연대감은 정치 유튜브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힙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의 발달로 독점적인 언론 권력이 사라지고 있다"며 "댓글에서 팟캐스트, 유튜브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문화 현상이 계속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상파, 종편 등 소위 '레거시 미디어'에서 하지 못 하거나 안 하는 이야기들을 정치 유튜버들이 '속 시원하게' 해주다 보니 시청자들은 이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존 언론의 보완재를 넘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한 그는 "언론에서 관심 갖지 않는 주제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 유튜브의 치명적 약점은 '편향성'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인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복하면서 특정 이슈를 대중들에 오인시킬 수 있다는 점인데요. 특히 기존 시청 영상들을 기준으로 비슷한 주제의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때문에 극단적으로 치우치기 쉽습니다. 극우 인사들을 연달아 기용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유튜브만 보면서 정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 교수는 "다수의 정치 유튜버들은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반복해서 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균형 잡힌 생각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그 바탕에는 나는 맞고 쟤들은 틀렸다는 흑백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그는 "(정치 유튜버들은) 객관적으로 보면 굉장히 맹점이 있는 이야기를 마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처럼 말하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판과 견제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커지는 '규제 당위성'…일각선 '집단지성' 영역 반박
 
편향적인 유튜브를 통해 일방적이거나 날조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지금까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모니터링을 통해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과 문제 채널 삭제 등의 제재를 가했지만, 유튜브가 범람하는 현재에는 대응에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 폄훼' 등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내용들은 제재를 하기 쉽지만,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실제로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들이 10여건 정도 발의됐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미디어 정책의 주무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여야 정쟁의 핵으로 꼽히는 지금에서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다 보니 (규제가) 방치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유튜브의 부작용이) 국민들에 미치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야 될 시점"이라고 전했습니다. 올바른 여론 형성과 해당 사실이 국민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공론화 과정이 빨리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입니다. 
 
반면 법적인 울타리로 강제성을 키우기보다는 자정작용에 기대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 교수는 "소위 '합리적'이다 라고 할 수 있는 중도층 등의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하는 얘기를 어느 정도 감안하고 걸러 듣는다"며 "유튜브의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그 안에 빠져있는 극소수"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새로운 문물에는 장단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자정작용이 일어난다는 입장인데요. 
 
그는 "가짜뉴스는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댓글이나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얼마든지 퍼질 수 있다"며 "오히려 출처가 불분명한 메신저보다는 영상으로 증거가 남는 유튜브가 더 낫다"고도 부연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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