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전기차 화재)③대안은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고체 전해질, 불연성 갖춰 화재 위험 낮아
리튬 배터리보다 150~200배 비싼 과제
업계 "양산 성공하더라도 시장 침투율 낮을 것"
2024-08-23 16:10:07 2024-08-23 17:37:32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배터리 안정성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그 대안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전해질성·휘발성을 지닌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 달리 고체 전해질이라 불연성을 갖춘 만큼 화재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삼성SDI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불 안나는 '꿈의 배터리'
 
전기차 화재가 심각한 이유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분리막 소실로 양 전극이 닿아 순간적으로 열 방출) 현상 때문입니다. 배터리 내부에서 온도가 급격히 올라 불이 붙고, 옆에 있는 배터리까지 연쇄 폭발하는 현상인데요. 일단 불이 나면 끄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위험성을 대폭 낮춘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셀 내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해 이온을 전달하는 물질인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를 의미합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이차전지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구성요소가 모두 고체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황화물계, 산화물계, 폴리머계로 구분됩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안정성 향상과 공간 활용도 등 현재 리튬이온 전지가 가진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유기계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이차전지와 달리 발화와 폭발 현상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분리막과 냉각장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와 에너지 밀도 향상에 유리하며, 전지 안정성을 위한 부품과 소재 적용이 줄어들어 소형화도 가능합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대 약점인 안전성을 개선할 기술이기는 하지만, 상용화에 있어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전해질의 본질적인 기능은 리튬 이온의 이동수단입니다.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이온전도도가 높아야 합니다. 하지만 전해질이 고체인 관계로 전극과 전해질의 밀착성이 떨어져 불연속 계면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키는 내부의 저항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전해질과 양 극판의 접촉을 최대화하고 접촉면에서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하는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전고체 배터리라 하더라도 완전히 화재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합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를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크게 만들어서 실험해본 적이 없다"며 "전고체 배터리도 열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화재 가능성이 있다. 화재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게 정확하다"고 말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비교 (사진=포스코퓨처엠 뉴스룸)
 
200배 비싼 핵심 소재…가격 '걸림돌'
 
경제성도 큰 걸림돌입니다. 양산에 성공할 경우 화재 안전성과 높은 에너지 밀도로 단숨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 기술임에도 전고체 배터리의 비싼 핵심 소재가 발목을 잡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고체전해질로 황화물계가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기준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원료 가격이 매우 높아 배터리 업계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상용화에 성공할지가 난제로 지목됩니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높은 이온 전도도와 기계적 유연성으로 전기차용 전고체 전지에 적용될 후보소재로 가장 유력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주요 원료인 황화리튬은 리튬이온배터리 전해액보다 150~200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과 분리막은 현재 kg당 15달러 수준이지만,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에 쓰이는 전해질의 기초 물질인 황화리튬은 kg당 1만2000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하윤철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황화리튬 가격의 경우 kg당 50달러, 고체전해질은 20달러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출시돼도 한동안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 설비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제품값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야 상용화가 가능하고 관련 시장도 형성될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2030년 131기가와트시(GWh)를 기록, 전체의 4%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2943GWh(95%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SNE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이 돼야 전기차 실증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시장 침투율이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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