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사각지대)③"공짜노동 악순환 끊어라…첫발은 최저임금 적용"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도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미적용
미국·일보 등 플랫폼 노동자 보호 속도…한국은 '뒷짐'
2024-09-05 17:00:00 2024-09-05 19:23:17
 
 
[뉴스토마토 박진아·이진하 기자] 해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이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현행 노동법 체계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는데요.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플랫폼 종사자에게 노동자성이 있다고 추정하거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플랫폼 노동자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우선 최저임금 적용 논의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게 '플랫폼'…최저임금 적용해야"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 법안이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불어 최저임금 적용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두 가지 방향으로 진전되면 좀 더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영세사업장은 사용자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으면서 "플랫폼 노동자가 4대 보험도 들지 못하는 등 문제가 허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용자나 노동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결국 조세를 기반으로, 즉 세금으로 보호해 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 대기업과 영세기업은 소득 격차 등 경제 이중구조가 심각하다"며 "고용보험, 사회보험 등이 역진적인 부분이 있는데, 누진적으로 적용해서 영세기업을 보조해 주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기획실장은 "미국의 경우 배달라이더나 우버 기사를 통상 노동자로 인정한다"면서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플랫폼인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경우는 기업이 책임지고 고용해야 하는데, 이것을 회피하기 위해 플랫폼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쿠팡 물류센터"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정부가 '노동약자 지원·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해당 법은 애매한 사람들을 모두 약자로 보호하자는 취지다"고 꼬집으며 "이건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6월2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플랫폼노동희망찾기의 '이럴 거면 차라리 최저임금위원회 폐지하자'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저임금' 보장 늘리는 해외…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속도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권리 보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플랫폼 노동자인 우버·리프트 기사에게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최소 32.5달러의 임금을 보장토록 했는데요. 이는 주 최저임금 15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으로, 기사들이 자체 부담하는 보험료·수리비·연료비 등의 비용을 반영한 것입니다.
 
더불어 미 매사추세츠주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유급병가 보장도 규정했습니다. 30시간 근무할 때마다 1시간 병가 적립(연간 최대 40시간)이 가능토록 한 것입니다. 산업재해 역시 최대 100만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에 가입할 자격도 부여했습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노동자의 노동방식에 대해 조건을 설정하고, 이 중 2가지만 충족해도 노동자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차량호출앱·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 권리 개선을 위해 '플랫폼 근로지침'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학계에선 이를 두고 세계에서 처음 마련된 법적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EU는 최근 플랫폼 노동자 관련 분쟁 발생 시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노동자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온 우버 배달원 등 '긱 이코노미(Gig economy·긱 경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과 유급휴가 등을 인정해 준다는 방침을 전했습니다. 디지털 기술 확산에 따라 고용 계약이 아닌 서비스 제공 계약 형태로 일하는 긱 이코노미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인데요. 일본 역시 긱 노동 경험을 가진 인구가 약 27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긱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 근로 여건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라과르디아 공항에서 여성 한 명이 우버 택시에 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이진하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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