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정치권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융노조도 올해 산별교섭 핵심 의제로 주 4.5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작 은행들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방안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노조 "주 4.5일제 찬성 정당 지지"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여야 정당 모두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 노동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유연화를, 민주당은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주 4일제 도입 논의에 이미 착수했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2월1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4.5일을 거쳐 주 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열린 민색연석회의 의제에 주 4일제를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주 4일제에 반대해왔던 국민의힘도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반영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국민의힘은 지난 1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주 4.5일제 도입을 올해 산별중앙교섭 핵심 의제로 결정했습니다. 금융노조는 지난 8일 상견례와 1차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했으며 협상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금융노조는 지난 2002년 전체 산업 중 최초로 주 5일제를 도입했던 만큼 이번 4.5일제 도입도 가장 먼저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조는 지난 19대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권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주 4.5일제에 찬성하는 정당에 대한 공식 지지를 밝힐 계획이며 동시에 이와는 별개로 산별교섭을 진행해 주 4.5일제를 현실화할 방침입니다.
금융노조가 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2025 산별중앙교섭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현실성 없다" 채용 줄고 인력 부족
하지만 실제 시중은행 내부에서는 주 4.5일제 도입이 현실성이 떨어져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인력 충원 없는 상태에서 근무시간만 줄이면 결국 직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애초에 주 4.5일제는 일부 은행만 단독으로 시행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은행권 전체가 전면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어렵고 유연근무제를 활용한다고 해도 인력 충원이 없으면 내부 직원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은행권은 최근 몇 년간 신입 채용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추세입니다. 신한은행은 2023년 137명에서 지난해 102명으로 채용 인원을 줄였고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500명에서 382명으로, 하나은행은 441명에서 384명으로 각각 축소했습니다.
이처럼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고 비대면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고객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영업점 수는 2779개로 전년 대비 48개 줄었고 올해 2월 기준으로는 2726개로 53개 더 줄었습니다. 1년 새 100곳 이상이 문을 닫은 겁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축소하고 비대면 업무를 확장하더라도 여전히 창구를 찾는 직장인 고객이나 노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많다"면서 "이들의 편의를 위해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탄력 점포도 시행하고 있는데 창구를 찾는 고객 수요는 여전한 상황에서 영업일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은행 주 4.5일제 시도 실패
지난해 대부분 시중은행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많은 상여금을 챙겨 간 만큼 금융 소비자들로부터 주 4일제 또는 4.5일제 근무를 시행할 경우 국민적 비판을 받을 소지도 큽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모두 16조4205억원에 달합니다. KB·하나금융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고, 신한금융도 2022년(4조6423억원)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3220억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순이익이 가장 많았습니다.
순이익보다 이자 이익은 더 많았습니다. 4대 금융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총 41조8760억원으로 전년(40조6212억원)보다 3.1% 성장했습니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또한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지난 2021년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시도를 했으나 사회적 합의 등 여러 현실적인 요인을 고려해 실제 도입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당시 신한은행은 노사 간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했으나, 최종 도입에는 실패했습니다. 기업은행도 심상정 대선후보와 '주 4일제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주 4일제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가 이후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습니다.
조기 대선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 의제가 부각하면서 금융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4.5일제가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5대 시중은행 간판.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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