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피지컬 AI(로봇·자동차 등 기기에 장착된 AI)’를 그룹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제시한 가운데, 그룹 차원에선 보안을 최우선 경쟁력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입니다.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로봇 등 움직이는 AI 기술이 확산될수록 사이버 공격이 곧 물리적 사고로 이어진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보안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 채용과 투자를 늘리는 움직임 역시 피지컬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왼쪽)과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무대에 공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해킹과 랜섬웨어(시스템 접근을 제한하는 악성 소프트웨어) 등 사이버 공격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그룹 ‘사이버위협대응팀’을 신설했습니다. 개별 계열사 단위 대응을 넘어 그룹 전반의 보안 체계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조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와 동시에 차량 보안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 및 제어기 대상으로 한 ‘사이버보안 모의해킹’ 관련 직무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해당 조직은 차량 제어 시스템의 취약점을 사전에 분석하고, 실제 해킹 시나리오를 가정한 테스트를 통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커넥티드카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잇는 제어권 탈취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핵심 직무로 풀이됩니다.
조직과 인력 보강을 위한 투자도 크게 늘렸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정보보호 투자 금액은 지난해 621억원으로 전년 대비 46.1% 증가했습니다. 전담 인력도 262.2명으로, 전년(185.4명)보다 77명 가까이 늘며 조직 규모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IT 보안을 넘어 차량과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보안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 회장이 최근 제시한 ‘피지컬 AI’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자동차, 로봇과 같은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 가치는 희소성을 더할 것”이라며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이며 데이터와 자본, 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에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회장이 언급한 ‘승산 있는 게임’의 방향성은 현재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6’을 통해 보다 선명해졌습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상용화 모델을 처음 공개하며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아틀라스는 최대 50㎏의 중량을 들 수 있고,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성능을 유지하는 등 산업 현장 투입을 전제로 설계됐습니다. 대부분의 작업을 하루 이내 학습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적용한 점도 특징입니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시대일수록 보안이 기술 경쟁력의 출발점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 시대에서는 사이버 보안이 안전과도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현대차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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