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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비준 `독소조항` 여전..피해대책 '산넘어 산'
2011-05-05 15:25:51 2011-05-05 17:04:43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7월1일부터 잠정 발효된다.
 
그러나 야당은 국내 피해 대책마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독소조항 요소가 남아 있어 발효까지 상당한 공방이 예상된다.
 
야당은 한·EU FTA에 따르는 농가피해와 기업형 슈퍼(SSM)규제법에 대한 국내피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일 비준안 통과시 중소 상공인 피해대책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농어업인 지원특별법은 상정도 되지 않았다.
 
◇자동차 연간수출 1.5조원 증가VS미래최혜국대우 부담
 
경제계는 한·EU FTA로 수출증대가 가장 크게 기대되는 업종은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기량 1.5L 이상인 승용차의 현재 10%인 EU 관세가 오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즉 10%가량 가격 인하요인이 생겨 유럽시장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해석이다.
 
엔진을 포함한 자동차 부품도 2.7~14%인 관세가 발효 즉시 없어진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한·EU FTA를 환영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EU 수출 증가액이 수입 증가액보다 7배가량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최혜국 대우'가 논란거리다.
 
'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에 의하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 개방 폭을 넓히면 유럽연합도 자동적으로 그 혜택을 보게된다.
 
더구나 FTA발효 이후 유럽산 자동차는 추가 테스트 없이 국내 판매가 가능한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유럽시장에서 EU 기준을 적용받아 사전 테스트를 받아야만 한다.
 
◇세계 2위 시장 개방VS역진방지 조항..불평등 요소
 
지난해 우리나라의 EU 수출규모는 535억달러(약 57조5000억원).
 
1168억달러를 수출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특히 EU는 수입보다 수출이 148억달러(약 15조9000억원)나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교역조건보다 앞서 한·EU FTA에 '역진방지(ratchet)' 조항이 포함돼 있어 불평등한 협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역진방지(ratchet)'이란 톱니바퀴가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고, 반대방향으로 돌지 못하게 막는 장치를 말한다. 자유무역협정에서 역진방지는 한 국가가 협정 상대국에 교역조건은 물론 서비스와 투자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규제를 할 수 없도록 못박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한·EU FTA에는 역진방지가 아니라 스탠드스틸(standstill)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탠드스틸이란 추가적인 무역 보호조치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통상원칙이다.
 
그러나 서비스·투자 분야를 보면 "시장접근, 내국민 대우 및 최혜국 대우에 관한 의무와 합치를 감소시키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만 (협정의) 모든 조치를 개정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12조의 '역진방지' 조항과 정확히 일치한다.
 
◇ 농축산물가격↓..긴장하는 국내 농축산업
 
돼지고기와 쇠고기, 우유·치즈 등 농축산물은 20% 안팎의 관세 철폐에 따라 국내 수입가격이 내려갈 전망이다.
 
또 정부는 축산업에 2조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축산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10년 간 2조원을 추가 투자하는 등 모두 10조9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농축산업계는 유럽산 쇠고기가 국내 시장을 공략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농업부분 생산감소액은 연평균 1776억원으로, 돼지고기·낙농품 등 축산업 생산 감소액은 1649억원으로 각각 예상된다.
 
이에 대해 농축산 관계자는 "FTA 이행 기금 지원이 융자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 실질적인 지원책은 아니다"며 "피해 농가에 빚내서 버티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joist189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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